블라터 회장은 30일(이하 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열린 제65회 FIFA 총회에서 4년 임기의 회장에 당선돼 5선에 성공했다. 그는 알리 빈 알 후세인(40) 요르단 왕자와의 선거 1차 투표에서 133대73으로 앞섰고 알리 왕자가 다득표로 당선자를 가리는 2차 투표를 앞두고 사퇴하면서 당선이 확정됐다. 총회를 앞두고 FIFA가 미국과 스위스 당국의 수사를 받으면서 비리 의혹에 휩싸인 그는 연임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블라터 회장을 다시 선택한 FIFA가 111년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축구계 안팎은 벌써부터 시끄럽다.
당장 FIFA 비리 수사를 이끄는 미국 검찰이 블라터 회장을 더욱 옥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사법당국의 한 관계자는 31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기소된 잭 워너 전 FIFA 부회장 이외에 이 사건과 관련해 더 많은 기소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뉴욕타임스 등은 미 연방국세청(IRS)이 추가 기소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체포된 FIFA 고위직 7명을 포함해 미 법무부가 이미 기소 방침을 밝힌 14명 외에 FIFA나 축구계 관계자들이 더 사법처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 외교 갈등도 일고 있다. 미국과 유럽 축구계는 블라터 회장을 향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보이콧은 물론 UEFA를 FIFA에서 분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논의에 들어갔다. 유럽은 개최국 러시아를 제외하고 13장의 본선 티켓을 가진 최대 흥행카드다. 그레그 다이크 잉글랜드축구협회 회장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과 관련한 비리가 밝혀질 경우 개최지를 다시 선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블라터 회장에게 5선을 축하한다는 전보를 보냈고 쿠웨이트 출신의 세이크 아마드 알 파드 알 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도 최근 "FIFA 간부 체포는 할리우드 스타일"이라며 미국을 비판했다. 당장 오는 7월2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2018 워드컵 예선 조추첨 행사에도 다수 국가의 불참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블라터 회장은 연임 직후 "나는 모두를 용서하지만 결코 잊지는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비리 수사를 진행 중인 미국을 가리켜 "미국은 2022년 월드컵 개최 후보였지만 개최권을 따내지 못했다"며 FIFA 총회 직전 벌어진 간부들의 체포작전에 대해 "냄새가 많이 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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