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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아웃렛, 연 30억 매출 올리는 매장 '수두룩'

40~50% 세일에 주말이면 인산인해…IMF 직전 쌓인 재고 소진위해 태동<br>구로·죽전·고양·파주 등 300여 곳…최근들어 포화<br>이월상품 공급달려…물량 확보하는 업체만 살아 남을 듯

일명 '죽전 로데오'는 경기도 분당과 수지 사이에 위치해 상권이 특히 좋다. 죽전패션타운에 늘어선 아웃렛 매장들. /죽전=맹준호 기자

주말인 지난 21일 경기도 용인시 죽전 소재 상설할인매장 단지인 일명 ‘죽전로데오’ 거리. 차량으로 꽉 막힌 도로 양쪽으로 온갖 패션 브랜드의 아웃렛 매장이 늘어선 이 곳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같은 시각 파주 출판단지내 팩토리아웃렛 오렌지카운티와 덕이동 아웃렛타운도 상황은 비슷했다. 주말을 맞은 나들이 객들이 화창한 봄볕을 만끽하면서 쇼핑을 즐겼다. 도대체 어떤 옷을 얼마나 싸게 팔길래 이 같은 불경기에도 매주 이처럼 사람들이 모여들까. 우리나라 패션 유통의 맨 아랫단계에 자리잡고 있으나,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갖고 있는 아웃렛의 실체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한달에 1억 못 팔면 바보" 조한인 죽전패션타운 상조회 총무는 옷장사 경력만 17년. 다른 곳에서 숙녀복 매장을 경영하다 10년 전인 98년 죽전패션타운이라는 상설할인매장 전문 몰이 생길 때 이곳에 입주해 사업을 시작했다. 초창기 1~2년 동안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면도로 포장이 안 돼 신발에 흙을 묻혀가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그러다 2000년이 되자 시장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대박이 터지기 시작했다. IMF 이후 닫혔던 지갑이 상설할인매장에서 열리기 시작했다. 패션 유통의 흐름이 아웃렛으로 몰리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 이 거리에는 상설할인매장 전문 할인몰이 계속 생겨나면서 ‘죽전로데오’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됐다. 현재는 한국의 대표적인 아웃렛 타운으로 자리를 잡은 상태. 현재 이 거리에 자리잡은 쇼핑몰은 죽전패션타운을 비롯해 수지로데오, 콜렉티드 비비타운, 나이키타운 등 모두 6개이며 모두 300개 패션 브랜드의 매장이 있다. 한국에서 꽤 팔린다는 패션 브랜드의 99%를 이곳에서 취급하고 있는 셈. 가장 놀라운 것은 매출 규모다. 조 총무는 간단히 “이 곳에서 월 매출 1억 원을 못 올리면 바보 취급을 받고, 아무리 우는 소리 하는 사람도 월 5,000만원은 판다”고 잘라 말했다. 아웃렛 매장 대리점의 마진은 매출액의 30%선. 임대ㆍ관리비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월 1,000만 원정도 발생한다고 봤을 때 월 1억 원의 매출을 올리면 점주가 월 2,000만 원 씩은 손에 쥘 수 있다는 얘기다. ■IMF 바탕으로 큰 폭 성장 아웃렛이 생겨난 데는 IMF위기가 한 몫을 했다. 97년 환란의 삭풍이 불어닥치자, 거품경제 시절 생산해 놓았던 산더미 같은 의류 재고품들은 고스란히 빚이 되어 생산자와 상인들의 숨통을 옥죄었다. 더욱이 옷을 만드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체화(팔리지 않아 쌓인)재고를 처분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아웃렛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남욱 오렌지카운티 대표는 “백화점이나 로드숍에서 팔고 남은 재고를 소진할 출구가 필요해졌고, 이는 저렴한 물건을 사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와 맞아 떨어졌다”며“90년대 후반부터 국도변을 중심으로 아웃렛 매장들이 자생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한인 죽전 아웃렛 총무는 이 시절 “죽전에 아웃렛몰이 들어서는데 한 번 알아보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는 “철 지난 옷으로 무슨 장사를 하냐”고 의아하게 여겼다. 다른 점주는 “97년까지는 옷 장사가 무조건 잘됐기 때문에 백화점에서 팔다 남은 옷으로 장사한다는 게 낯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백화점식 아웃렛몰을 지향하며 대기업이 운영하는 ‘2001아울렛’ ‘뉴코아아울렛’ 등도 생겼고 구로구 가산디지털단지는 ‘마리오’ ‘원신(W몰)’ ‘패션아일랜드’ 등 대형 아웃렛 몰 단지로 재개발됐다. 한 발 더 나아가 유통 1등 기업이라는 신세계는 해외 프리미엄 아웃렛 ‘첼시’와 손잡고 오는 6월 명품 아웃렛을 경기도 여주에 오픈할 계획이다. 하지만 모든 아웃렛이 다 잘되는 건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300개 아웃렛 타운 중 장사가 잘되는 곳은 문정, 죽전, 구로, 고양 덕이동, 파주, 수원, 부산 등 10곳과 ‘2001아울렛’ ‘뉴코아아울렛’의 전국 체인 매장 정도에 불과하다. 이 같은 이유는 옷 제조 브랜드들이 잘 되는 곳에 ‘재고 몰아주기’를 하기 때문이다. 할인 의류는 ‘추가생산’이라는 개념이 없고, 그저 ‘남은 상품’만을 팔기 때문에 수량이 넉넉지 않다. 게다가 옷은 상품의 특성상 매장이 사이즈별로 많은 숫자의 재고를 확보할 수록 매출이 늘어난다. 사이즈가 맞지 않아 발길을 돌리는 손님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옷 제조 브랜드들은 한정된 재고를 잘 팔리는 매장에 몰아줘 신속히 소진하려고 하려고 한다. ■‘초특가’ 할인폭은 90% 아웃렛 매장의 가격 할인 폭은 정상가(백화점서 최초에 팔리던 가격) 기준 평균 50~90% 선이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이렇게 큰 할인 폭이 나올 수 있을까. 이 같은 일이 가능해지는 원리를 알려면 먼저 옷의 유통구조와 용어를 간단히 알아두는 게 좋다. 먼저 옷 제조사는 매 시즌 30~50 종류의 옷을 만들어 백화점에 뿌리는데 이를 ‘정상상품’이라고 부른다. 판매가는 제조 원가의 5배 수준이다. 이 상품들 중 잘 팔리지 않는 것들은 ‘시즌부진상품’이라고 해서 해당 시즌 중이라도 곧바로 백화점에서 걷어내고 아웃렛으로 40~50% 할인해 넘긴다. 백화점에서 시즌 막판까지 팔리지 않은 상품은 ‘시즌아웃상품’이라고 하는데 이것들은 70% 깎인 가격에 아웃렛으로 넘온다. 또한 지난해 상품을 ‘이월상품’이라고 하는데 이것들은 40~50% 할인돼 아웃렛으로 가며, 2~3년이 지난 상품들은 ‘초특가’라고 해서 90% 할인율이 적용돼 아웃렛으로 향한다. 이와 관련 이남욱 오렌지카운티 대표는 “품목별로는 신발 30~40%, 의류는 30~5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기간별로는 생산된지 1년이 지난 재고가 70%, 2년차 재고가 30%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옷은 유행과 패션, 계절을 표현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시간에 따른 감가상각이 가장 큰 상품이다. 제조사들은 엄청난 폭을 할인해서라도 재고를 남기지 않는 게 경영상 유리하기 때문에 아웃렛들은 이 처럼 큰 폭의 할인도 주저하지 않는다. 아웃렛의 입점 방식은 타운마다 서로 다르다. 오렌지카운티 등 팩토리아웃렛과 백화점식 아웃렛들은 ‘수수료 방식’으로 점주와 계약한다. 점주는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 없이 장사를 할 수 있지만 월 매출액 중 일정 부분을 쇼핑몰에 떼 줘야 한다. 반면 죽전이나 문정동은 ‘임대 매장’이다. 건물주에게 보증금을 주고 점포를 확보한 뒤 일정한 월 임대료를 내는 방식인데 매출이 많이 나와도 같은 금액의 임대료만 지불하는 점은 점주에게 유리하지만, 보증금 등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단점이 있다. 현재 죽전의 경우 30평 매장의 임대 보증금이 7,000만 원 선이며 월 임대료는 250~300만 원 선으로 다소 비싼 편. 그러나 점주들은 다른 사람에게 매장을 넘길 때 권리금을 받을 수 있는데 1층 매장의 경우 6억 원, 2층은 2억 원 선으로 어마어마한 가격에 형성돼 있다. 그러나 장사가 잘 돼 매물로 나온 점포는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다. ■영 캐주얼 약세, 골프웨어 강세 요즘 아웃렛들은 매출 규모가 커져 금융사로부터도 백화점 못지 않은 대접을 받는다. 조 총무에 따르면 거의 모든 카드사가 경품을 걸고 무이자 할부 행사를 하자고 연중 문의를 해온다. LG카드 관계자는 “죽전이나 문정 같은 아웃렛 타운은 백화점 못지않은 매출이 나오지만, 자사 신용카드가 없기 때문에 카드사로서는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일부 아웃렛 타운에서는 백화점 상품권이나 각종 주유 상품권도 받는다. 백화점에게 손님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전략적인 고육책’이다. 전국의 아웃렛 타운 ‘빅3’는 고양시 덕이동과 구로 가산디지털단지, 죽전으로 압축된다. 그 뒤를 잇는 곳은 문정동인데, 이곳은 주차가 불편한 게 큰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상품별 판매 트렌드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영캐주얼의 매출이 약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젊은 층들이 인터넷으로 옷을 사기 시작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대신 40대 이상 계층이 캐주얼 의류처럼 입는 골프웨어가 강세를 띄고 있다. 현재 죽전패션타운 내 63개 브랜드 중 22개가 골프웨어라는 점이 이 같은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브랜드별로 보면 나이키와 제일모직(갤럭시, 로가디스, 빈폴 등)이 수위를 다툰다.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필라, 폴로, 아디다스 등이 5위권을 형성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죽전의 경우 제일모직 매장이 연간 50억 원, 필라가 30억, 폴로가 25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죽전로데오’ 상인들은 최근 인근에 신세계백화점 죽전점이 들어선 뒤에 오히려 매출액이 올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화점 오픈 전에는 크게 긴장했으나, 매출에 악영향은 없는 것으로 잠정 판단하고 있다. 다시 말해 백화점 고객과 아웃렛 고객이 겹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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