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3년 생명표'에 의하면 0세 기준 남자의 기대수명은 78.5년, 여자는 85.1년으로 조사되었다. 처음 생명표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0년의 기대수명(남자 58.7년, 여자 65.6년)과 비교했을 때 남녀가 모두 20년 가까이 늘어났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게 있다. 남녀평균으로 따져보아도 기대수명이 81.8세로 이제 막 80세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왜 여기저기서 다들 100세시대라고 하는 걸까. 게다가 수명도 20년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도 말이다.
이는 통계적인 생명표에는 수명연장의 추세가 반영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이번 생명표에서 45세(1969년생) 남자의 경우 기대수명은 35.1년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현재 살아있는 해당 연령의 사람이 80세 정도까지는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현재 44세인 1970년 출생 남자의 기대수명은 58.7년이었다. 현재 통계와 비교해보면 20년 넘게 늘어난 것이다. 살아가면서 교통사고나 갑작스러운 질병 등으로 인한 사망만 아니라면 대략적으로 1년마다 6개월 정도씩은 수명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추세가 지속해 45세 남자가 40년 뒤인 85세까지 살아있다면 그 때 기대수명은 20년 정도로 예상될 것이며 이는 105세까지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40대 남성은 80대를 넘기면 절반 이상이 100세까지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우리가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도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생명표에서는 제법 의미 있는 사실을 하나 더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남녀간 기대수명 차이가 6.5년에 불과하여 역대 최저치를 갱신했다는 점이다.
과거(1985년) 최대 8.4년까지 차이가 났던 적도 있었지만 건강관리에 신경 쓰는 남성들이 늘면서 남녀간 기대수명의 격차가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부부가 함께 오래 살 확률이 높아지고 있으니 아마 10~20년 뒤에는 회혼식(결혼 60주년)과 같은 가족행사가 새로운 사회 트렌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단순히 오래 산다는 것이 행복한 인생의 필요조건은 될 수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닐 것이다. 길어진 인생이 우리에게 많은 걱정거리를 가져다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달리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많은 시간이 주어져 있기에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문제들이라고 생각한다.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 많은 사람이 당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큰 일 날 것처럼 굴기도 하지만 오히려 100세 시대에서는 조금 느리지만 여유롭게 살아갈 때 그 속에서 더 좋은 해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행복한 100세시대의 필요충분조건은 각자의 마음 속에 있으니 그 답을 찾는 것은 결국 시간 문제일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