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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核 참화속 인간 존엄성 그려

日 원전사태 보며 떠오른 '그 날이 오면'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원전이 파괴되면서 세계 유일의 핵 피해국인 일본은 지금 방사능 오염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의 원전 파손 뉴스를 보면서 머리에 떠오른 것은 핵의 무책임을 경고한 흑백영화 '그 날이 오면'(On the Beachㆍ1959)이다. 스탠리 크레이머가 만든 이 영화는 다소 감상적인 멜로 드라마이긴 하지만 핵의 생명 파괴력을 통렬하게 보여주었다. 1964년 제3차 세계대전 후. 지구 북반구는 핵에 의해 인구가 멸살됐고 죽음의 재가 서서히 남반구 쪽으로 이동 중이다. 아직도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호주. 그러나 호주도 앞으로 반년 후면 죽음의 재에 완전히 오염된다. 멜버른 항에 정박한 미 핵잠함 소피시호의 함장 드와잇 타워즈(그레고리 펙)와 그가 사랑하는 여인 모이라(에바 가드너), 과학자 줄리안(프레드 애스테어) 및 젊은 호주 해군장교 피터(앤소니 퍼킨스) 등의 주인공들과 주변 사람들이 다가올 죽음을 어떻게 맞는가를 감성적이면서도 계시적으로 그렸다. 이 영화에서 시민들에게는 방사능에 오염돼 오래 고통하며 죽는 대신 자살용으로 알약이 공급되는데 경주용 자동차 드라이버이기도 한 줄리안은 약 대신 차고를 밀폐한 뒤 스포츠카의 시동을 켜 가스 자살한다. 피터는 갓난 아기를 먼저 보낸 뒤 아내와 함께 약을 먹고 침대에 나란히 누워 미소로 작별을 나눈다. 염세적인 영화지만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사람들이 죽기 직전까지 사랑하고 노래 부르면서 평소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성의 존엄을 잔잔히 보여주었다. 방사능 오염을 다룬 또 다른 영화들로는 일본의 '고질라' 시리즈와 미국영화 '뎀!', '차이나 신드롬' 등이 있고 핵전쟁을 다룬 '페일-세이프'와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등의 영화도 있다. 파란 눈의 존 웨인이 징기스칸으로 나온 '정복자'(1956)는 할리우드 영화사에 가장 나쁜 영화 중 하나로 남아있다. 미군이 지난 1953년 핵실험을 한 네바다 인근 유타에서 촬영한 이 영화는 웨인과 그의 연인 역의 수전 헤이워드와 딕 파웰 감독, 조연인 아그네스 무어헤드 등 제작진 등 총 46명 암에 걸려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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