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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북극 스발바르 제도의 스피츠베르겐섬에 세계 최대 규모의 종자 저장고가 윤곽을 드러냈다.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고(Svalbard Global Seed Vault)'로 명명된 이 설비는 핵전쟁, 지구온난화, 자연재해 등으로 야기된 '지구 최후의 날'을 대비, 총 450만 종에 달하는 전 세계의 작물 씨앗을 보관하게 된다. 북극해에 위치한 노르웨이 령(領) 스발바르 제도. 이곳에 전 세계 작물학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곳의 영구 동토층에 세계 최대 규모의 작물 종자 저장고인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고(SGSV)'가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 SGSV는 앞으로 국제기구인 국제곡물다양성신탁(GCDT)을 주축으로 세계 각지의 중소 종자은행 및 유전자은행과 연계, 지구상에 분포하는 450만종의 작물 씨앗을 수집․저장하게 된다. 핵전쟁, 지구온난화 등 미래에 닥칠지 모를 지구 대재앙으로부터 작물의 멸종을 막고, 인류의 먹거리를 지켜내기 위해서다. SGSV를 '지구 최후의 날 저장고(Doomsday Vault)', '노아의 방주' 등으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 노르웨이 정부는 SGSV가 그 어떤 조건에서도 가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향후 200년간 야기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천재지변을 감안해 저장고를 설계했다. 실제 SGSV는 스발바르 제도 스피츠베르겐 섬에 있는 사암으로 이루어진 한 산등성이에 120m 길이의 터널을 뚫고, 그 속에 강화 콘크리트 벽체로 된 3개의 방으로 만들어졌다. 때문에 외부의 테러 공격은 물론 태풍․홍수 등 자연재해, 지구온난화 등으로부터 완벽한 안전성 확보가 가능하다. 심지어는 핵전쟁에 따른 낙진, 핵겨울 등에서도 안전하다. SGSV는 또한 해발 130m 높이에 위치해 있어 북극의 빙하가 모두 녹는다고 해도 침수되지 않는다. 허가된 사람만 출입이 가능한 여러 개의 강철 문과 고성능 비디오카메라 감시 시스템을 통과해야 저장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외부 침입에도 철저히 대비했다. 덧붙여 무인 자동화 설비인 점을 감안, 저장고 내․외부의 영상을 24시간 스발바르 대학과 북유럽 유전자은행(NGB)에 전송해 기계설비 고장 등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에 대비케 했다. 종자 보존과 관련해 수집된 씨앗들은 건조, 진공 밀폐포장, 냉동 등의 절차를 거쳐 저장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씨앗이 죽거나 유전 형질이 파괴되지 않도록 특수 냉방 시스템을 활용, 영하 18℃ 이하의 온도를 유지해준다. 평상시에는 자체 내부 온도로 냉장을 유지하지만 온도가 영하 18℃ 이상 올라가면 냉방 장치가 스스로 가동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SGSV에 저장된 종자들을 최대 1,000년간 완전한 형태로 보존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SGSV에 종자 저장을 원하는 국가나 단체에게 일체의 비용을 받지 않고 무료로 종자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에 인출해준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인류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수도 있는 이 SGSV는 이달까지 저장고의 핵심 설비인 냉방시스템 설치를 완료한 후 내달 26일경 공식 가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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