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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제 몫 챙기기 갈등이 중견 기업 자금난 키운다

■ 최종부도 위기 몰린 풍림산업<br>채권 회수에만 급급 이기주의 빠져 추가지원 거부 방관자적 태도 일관<br>긴급 수혈 필요한 기업 벼랑 내몰아

1차 부도를 낸 풍림산업이 시공한 인천 용현동의 풍림 엑슬루타워 모습. 건설경기 침체와 맞물려 채권단들까지 이기주의에 빠지면서 기업의 자금난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서울경제 DB


채권단 간의 이해 충돌로 중견 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건설업 등을 중심으로 자금 상황이 좋지 않은 터에 채권단의 이기주의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채권단이 채권 회수에만 급급한 나머지 추가 지원을 거부하는 방관자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긴급 수혈이 절실한 중견기업들이 설상가상의 궁지로 내몰리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30일자로 만기가 돌아온 기업어음(CP) 450억원을 막지 못해 1차 부도가 나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진 풍림산업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인 국민은행ㆍ농협 등 채권단 일부가 신규 자금 투입을 거부하면서 벼랑 끝에 몰린 케이스다.

이처럼 이해관계의 유불리에 따른 채권단 대립이 기업을 벼랑으로 내모는 현상은 일종의 패턴처럼 굳어지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해 이후 삼부토건ㆍ성동조선해양ㆍ우림건설 등 숱한 기업들이 비슷한 우여곡절을 겪어 왔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 담당 임원은 "채권단의 불협화음이 경영난 속에서 절치부심하고 있는 기업의 회생 의지를 꺾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부 채권단, 제 몫 챙기기에 혈안=은행이 경영난에 봉착한 기업에 대한 추가 자금 투입 여부를 가르는 변수로는 기업 금융 노하우, 기업 회생에 대한 경영진 의지, 업황 전망 등이 두루 감안된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 변수는 뭐니뭐니해도 대출 채권 규모다.

대출 채권 규모가 큰 은행은 아무래도 기업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강할 수밖에 없고 사정이 다른 곳은 기업을 청산하더라도 일단 내 몫부터 챙기겠다는 생각에 집착하기 쉽다. 그래서 출자전환이나 유동성 지원 등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곳은 대출 규모가 작은 채권단이 많다. 지난해 하반기 성동조선해양 사례를 봐도 이는 드러난다.

당시 국민은행은 채권단이 우선 지원하기로 의결한 돈 2,500억원 가운데 600억원을 내지 않아 다른 채권단의 빈축을 샀다.



이런 저런 해명이 있었지만 국민은행의 채권 지분율이 7.63%에 불과해 수출입은행(47.40%)이나 우리은행(15.69%) 등에 비해 현저히 낮았던 것이 그런 결정에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국민은행이 성동조선해양의 채권자가 된 사유도 대출 때문이 아니라 판매했던 환헤지 파생상품 때문이었다. 어차피 통상적인 기업 금융과는 거리가 멀었던 만큼 채권 회수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던 셈.

이번 풍림산업의 지원에 미온적인 국민은행과 농협도 풍림산업 자체에 대한 대출 채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점이 바로 풍림산업에 대한 추가 지원을 놓고 우리은행과 대립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게 시장 안팎의 분석이다.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설사 대출 채권 규모가 큰 은행이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으로 자금을 투입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기본적으로 채권단 간 조율에 뒷짐을 지는 듯한 일부 채권단의 태도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채권단 조정 능력이 기업 금융의 척도=시중은행 가운데에서는 우리은행의 기업 살리기 행보가 두드러진다. 최근 대한전선의 회생방안을 두고 채권단 간의 이해관계를 무난히 조율했고 이전에는 금호산업ㆍ남광토건 등 2개 워크아웃 건설사의 출자전환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지난해 이후 채권단 사이에 불협화음이 빚어졌던 삼부토건ㆍ우림건설 등 상당수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에 가장 호의적인 입장을 보인 곳도 바로 우리은행이다.

여기에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은행이 숱한 기업의 주채권 은행을 맡으면서 전문성을 강화해온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권단 중 일부가 어깃장을 놓으면 다른 채권단에도 영향을 미쳐 매출 채권을 빨리 회수할 생각만 하게 되는 수가 많다"며 "시시각각 변하는 경영환경 타이밍에 맞춰 채권단이 잘 움직일 수 있는 안건을 상장해 결의를 받아 내는 게 바로 주채권은행의 능력"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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