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위해 70~80%만 소비
문풍지 사용 등 녹색생활 실천을
유류세 내리고 전기요금 현실화
전력시장 민간에 순차 개방 필요
우리나라 에너지 절약운동의 사령탑인 허증수(52ㆍ사진)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은 최근의 전력난과 관련해 "다른 어떤 것보다 에너지 절약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허 이사장은 17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우리나라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할 때는 소비가 미덕과도 같았지만 지금은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했다"며 "최근처럼 2~3%씩만 성장률을 보이는 저성장기에서는 절약과 녹색생활이 문화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전력난은 실제 블랙아웃(대정전)이 조만간 현실화할 수 있다는 위협이 들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12월 들어 예비전력이 300만~400만kW 사이에 놓이는 전력수급 '관심'단계가 무려 다섯 번이나 발령됐다. 원자력발전소의 잇따른 가동 정지로 순식간에 300만kW 규모의 전력이 날아간 가운데 국민과 기업의 적극적인 에너지 절약 없이는 내년 1~2월 동계 피크를 무사히 넘길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관리공단은 시민들이 직접 에너지를 절약해 소외계층에 기부하는 '에너지 다이어트' 프로그램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조성하기 위한 에너지 절약운동을 전사적으로 시작했다.
허 이사장은 올겨울 전기 절감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체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산업체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의식 전환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들의 문화가 바뀌면 소비자의 움직임에 민감한 기업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전력공급을 늘릴 방법만 찾기보다는 에너지를 조금만 아껴 쓰자는 성숙된 시민의식을 만드는 것이 전력난에 더욱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인 전력난 극복을 위해서는 전기요금의 현실화도 필요하다는 것이 허 이사장의 생각이다.
기름값은 오르는 반면 전기요금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현상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전기난방으로 전환하는 수요가 급격히 증가, 전력난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 이사장은 "농가에서도 연탄이나 등유를 사용하던 것을 전기장판으로 대체하고 있고 식당에서는 바닥에 열선을 깔아 전기난방을 하고 있다"며 "왜곡된 수요로 급격히 늘어난 전기난방이 우리의 전력상황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에 따르면 실제로 전기는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 약 65%의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쓰게 되는 2차 에너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같은 2차 에너지를 다시 1차적인 열 생산을 위해 사용하는 비효율적인 소비구조를 갖추고 있다. 바로 너무나 저렴한 전기요금 때문이다.
허 이사장은 전기요금 인상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유류세를 낮추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만큼 유류세를 낮춰준다면 (요금 인상안에 대한) 국민 수용성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며 "기름값이 조금 내려가는 것을 혜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기름 소비가 다시 올라가고 전기 수요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시장을 순차적으로 민간에 개방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들이 전력회사들에게 갖고 있는 불신을 없애고 독점에 따른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허 이사장은 "사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우리의 통신시장은 전력시장하고 똑같은 독점구조였지만 이제는 완전한 민영화가 이뤄졌다"며 "무슨 일이든 경쟁의 개념이 도입되면 투명화되고 효율이 생기기 때문에 리더십과 의지만 있다면 전력시장 개방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올겨울에는 시민들이 직접 에너지 기부에 참여하는 에너지 다이어트 운동과 함께 아파트나 주택 틈새 실링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바늘' 구멍에서 들어오는 '황소' 바람이 전기난방 수요를 높이는 커다란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허 이사장은 "문풍지 등을 통해 틈새를 막으면 5만원 이하의 돈을 들이면서도 단열효과를 충분히 높일 수 있다"며 "각 지역본부가 중심이 돼서 돈을 적게 들이면서도 좀 더 따듯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과 관련, "지금 100%를 다 쓰는 것보다 70~80% 정도만 쓰고 나머지는 2세들을 위해 조금은 남겨두겠다는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제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한 배려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생활속 절전 이렇게 |
에너지절약이 원전 안전성도 높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