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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세계경제] 나스닥·닛케이 폭락 의미·전망
입력2001-03-13 00:00:00
수정
2001.03.13 00:00:00
투자심리 급랭 연말까지 약세지속3월 중순으로 접어들며 거리에는 봄기운이 완연해지고 있지만 전세계 증시에는 매서운 한파가 혹독하게 몰아치고 있다.
미 나스닥지수가 불과 1년만에 62%나 폭락하며 2,000선이 맥없이 무너진 데다 일본의 닛케이지수마저 1만2,000선 아래로 내려앉으면서 지구촌 주식시장 곳곳엔 비관론이 흘러 넘치고 있다.
미국, 일본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데다 증시마저 1년만에 반토막 이상 거덜나자 투자심리마저 급랭, 올 연말까지 약세장이 이어지리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낙관론자들마저도 저가매수세가 몰리면서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낙폭을 줄이는 선에서 그칠 뿐 상승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상승활력 잃은 뉴욕증시
'도대체 어디가 바닥이냐'는 투자자들의 탄식이 미 증시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주 초반 유력 증권사들이 앞장서 나스닥증시가 저점에 다다랐으며 지금이야말로 매수시점이라고 주장, 증시는 반등세로 돌아섰지만 이는 그야말로 '반짝 장세'로 끝나버렸다.
인텔, 야후, 시스코 시스템스 등 첨단기술주의 공룡들이 너나 없이 1ㆍ4분기 순익전망을 대거 하향조정하고 임직원의 대규모 정리해고를 앞 다퉈 발표하면서 뉴욕증시의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투자자들은 '조금만 더 버티면 상승할 수 있다'는 실낱 같은 기대마저 저버리고 보유주식을 대거 처분, 현금보유 비중을 늘리고 있다.
HSBC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빈 그리피스는 "나스닥 2,000포인트 붕괴로 투자자들의 신뢰도와 안정감이 침식당했다"며 "비록 심리적 요인이긴 하지만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추세대로라면 나스닥지수가 1,500선까지 밀리는 것도 가능한 상황이라며 심지어 1,200선까지 폭락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비관론을 내놓았다.
◇위기의 도쿄증시
닛케이지수가 1만3,000선 아래로 무너질 경우 생존조차 버겁다고 주장해온 일본 금융기관들은 13일 1만2,000선 마저 힘없이 무너지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은행들의 주식보유비중이 높은 일본의 경우 기업도산으로 부실채권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증시마저 침체에 허덕일 경우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증시침체→금융위기 심화→기업도산→디플레→장기불황'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3월 위기설이 눈앞에 닥쳐왔다는 분위기다.
도카이 은행의 수석 투자전략가 루 신이는 "일단 1만200엔선에서 바닥장세가 형성되겠지만 진정으로 강한 지지선은 8,000엔"이라며 "지수가 1만8,000엔을 회복하려면 최소한 3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직격탄 맞은 세계증시
미국과 일본 증시폭락 영향으로 전세계 대다수 국가의 증시도 연중 최저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12일 6개월만에 처음으로 1만4,000선 아래로 떨어진 홍콩 항셍(恒性)지수는 13일 오전에만 3% 가까이 폭락하며 1만3,000선을 지키기도 위험한 수준이다. 싱가포르의 스트레이츠지수 역시 이날 한때 3.4%나 하락 1,787포인트까지 밀렸다.
정치불안에다 대일ㆍ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증시는 전일에 이어 이날도 각각 7.1%, 5.7%씩 속락했다.
아시아, 남미 등에 비해 미국경기 침체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한 유럽도 태풍을 비껴가진 못했다. 런던, 프랑크푸르트, 파리 등 유럽의 주요 증시는 12일 일제히 52주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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