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정지된 저축은행의 5,000만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채권 투자자에 대한 피해를 보상해주기 위한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법 통과가 사실상 무위로 돌아갔고 정부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하도록 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처리도 좌초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국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4ㆍ11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정치관계법 처리를 놓고 여야가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회의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국회 일정상 이날까지 두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본회의 상정이 사실상 어렵다는 게 국회 안팎의 중론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처리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구를 다음달 3일까지 확정해야 하는 일정을 감안하면 그 전에 법사위와 본회의를 잇따라 열어 기습처리할 공산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두 법안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 안팎에서는 법사위가 선거구 획정을 위한 정개특위를 핑계로 법안심사 자체를 사실상 '보이콧'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법사위 위원들을 상대로 두 법안의 문제점을 충분히 설명했고 상당수 위원들도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여전법 개정안의 경우 법안 강행처리의 명분이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카드사들과 자영업자들이 자체 협의체를 구성해 수수료율 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과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이 최근 시민단체 및 자영업 단체장들과 만나 가맹점 수수료율을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카드업계는 금융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에 의뢰한 카드수수료율 체계 용역을 토대로 자영업자들과 함께 공청회를 열고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현행 평균 2% 수준인 수수료율이 1.8% 안팎까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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