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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려야할 하늘제사/한명희 국립국악원장(로터리)

동양의 문화가 자연귀의적이라면 서양의 그것은 자연도전적이라고들 말한다. 저들은 대상을 파고들며 핵심에 닿으려는 반면 우리는 있는 그대로를 용인하며 그것과 친화하려 한다.나이탓인지, 계절탓인지 요즘은 서구적 논리나 과학성에 경도되던 저간의 자세가 점차 뒤바뀌어감을 느낀다. 알량한 자신의 지성을 중심으로 우주가 도는 듯했는데 이제는 점점 자연의 위력 앞에 왜소해지는 자신을 느끼며 턱없이 겸허해지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요즘은 주변의 하찮은 자연현상에도 곧잘 감격하고 신비스러워한다. 창을 열면 만나는 새들의 울음소리에도 그렇고, 가녀린 잎새들의 사시 변화에서도 그러하며, 마당가 느티나무를 오르내리는 개미들의 움직임이나 겁없이 방으로 뛰어든 가을밤 귀뚜리들을 보고도 그러하다. 기실 하늘과 땅과 인간, 아니 자연과 인간은 둘이 아닌 하나이며 모두가 오묘한 섭리에 의해 공생하는 한덩어리의 생명체가 아닐 수 없다. 참으로 기막힌 조화요 신비요 경이가 아닐 수 없다. 바로 이같은 오묘한 조화에 감복한 나머지 선인들은 일찍부터 사천제지해왔다.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바탕으로 자연의 섭리에 승복하고 자연의 품 속으로 귀의하기 위해서였다. 분명 하늘에 제사하고 땅에 제사지내던 일은 어떤 초월자에게 명을 빌고 복을 빌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자연의 신비스런 조화에 경탄하며 조화의 섭리에 동참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로 제천의 역사는 유구하다. 고조선 때의 동맹이니 영고니 하는게 모두 그 예다. 이같은 전통은 조선조 말엽까지도 이어졌다. 지금 조선호텔 경내에 남아 있는 원구단터도 바로 그같은 유풍의 일단이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는 웬일인지 정부차원에서 행하는 하늘제사, 즉 원구제가 실종되고 말았다. 말하자면 대자연의 오묘한 섭리를 확인하며 자연의 고마움과 함께 수시로 인간이 겸허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와 전통을 망실한 셈이다. 마침 우리의 뿌리를 생각케 하는 개천절이기도 하고 문화의 달이기도 하다. 팔원구제라도 부활시켜 자연 앞에 겸손해지는 법을 익힌다면 우리사회는 보다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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