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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등잔 밑이 어두운 '대통합 행보'

"우리 이야기도 좀 들어주세요."

요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자리한 삼청동 금융연수원 앞은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 없이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인수위 사무실 앞으로 모여든 것이다. 쌍용자동차 문제, 용산참사 등 이들이 호소하는 내용들도 가지각색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기간 동안 "국민을 편 가르거나 선동하지 않고 100%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대통합 정신을 강조했다.

선거가 끝난 후 이승만ㆍ박정희ㆍ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인수위에 별도조직으로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이한구 원내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례적으로 쌍용차 고공 농성장, 한진중공업 노동자 빈소를 방문하며 대화와 사태해결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박 당선인이 추구해왔던 '대통합 행보'의 일환이다.

그런데 인수위의 등잔 밑은 어두운 것 같다. 국민 대통합을 누구보다 강조했던 박 당선인이 정작 인수위 앞에 모여든 시위대의 목소리에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지난 11일에는 야당 의원들까지 1인 시위에 동참했지만 인수위의 정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지난해 연말과 신년에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를 찾은 박 당선인은 "현장의 목소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했지만 정부의 인수ㆍ인계 작업을 하는 삼청동 인수위에서는 이 같은 모습을 찾기 어려운 것 같다.

현장은 멀리 있지 않다. 사회 각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진짜 현장'이 박 당선인의 코앞에 있다. 이를 외면하는 것은 박 당선인이 누누이 강조한 대통합 정신과 어울리지 않는다. 특별 기구를 설치하고 특정 지역 출신 인사를 등용한다고 해서 국민대통합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반대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갈등이 해소되고 국민대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박 당선인이 진정으로 '100% 대한민국'을 원한다면 다시 한번 등잔 밑을 잘 살펴볼 것을 권한다. 그곳에 진짜 현장이 있고 자신의 처지를 알리고 싶은 국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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