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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자크 브로스 지음 `나무의 신화'

「그 옛날 인간이 지구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훨씬 이전, 거대한 한 그루의 나무가 하늘까지 뻗어 있었다. 우주의 축인 그 나무는 삼세계를 가로지르고 있었는데, 뿌리는 지하 깊숙이 박혀 있었고 가지들은 천상에 닿아 있었다. 땅속에서 길어 올려진 물은 수액이 되고, 태양은 잎과 꽃 그리고 열매를 생겨나게 했다. 이 나무를 통해 하늘에서 불이 내려왔고, 나무는 구름들을 모아 엄청난 비를 내리게 했다. 곧게 뻗은 나무는 천상과 지하의 심연 사이를 연결해주었고, 그로써 우주는 영원히 재생될수 있었다」 다소 길게 인용한 우주목(宇宙木)에 대한 이 인용은 프랑스의 저명한 문필가 자크 브로스(76)의 「나무의 신화」(주향은 옮김·이학사 펴냄)에서 따온 대목이다. 심신이 피곤한 시절, 신화는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나무에 대한 신화를 읽으며 초추(初秋)의 따뜻한 기운을 받아들이면 독서에 진입하는 길목이보다 수월하게 열릴지도 모른다. 나무와 식물 및 선(禪)에 대한 수많은 책을 저술한 브로스는 「나무의 신화」에서 화려한 고대문명을 꽃피운 이집트, 그리스, 바빌로니아 그리고 우리가 쉽게 접할수 었없던 북유럽과 시베리아 및 아시아의 우주목 신화를 중심으로 나무에 관한 세계 각지의 다양한 신화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브로스는 나무를 중심으로 식물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우리가 별 생각없이 지나치곤 했던 신화들이 사실은 우리의 조상들의 삶을 구성하는 하나의 은유라는 사실을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나무들도 성욕을 갖고 있다. 대추야자나무에는 수그루와 남그루가 있고, 그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암수 두 나무가 수정을 해야 한다. 대추야자의 암그루들은 수그루 주위를 여러겹으로 에워싼 뒤 수그루 쪽으로 몸을 기울려 왕관같은 이파리로 그 나무를 애무한다. 이처럼 화려하고 지나칠 정도의 성욕에 고대인들은 큰 인상을 받았다. 고갈되지 않은 초자연적인 풍요의 상징인 이 나무는 남성적 상징-사람들은 이 나무에서 털이 난 발기된 남근을 보았다-으로 간주되었을뿐 아니라 또한 천상의 불과 지상의 물이 서로 결합하면서 탄생한 식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처럼 저자는 나무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뿐만 아니라 신화속의 나무, 열매, 요정, 신등의 이름의 어원을 상세하게 밝힘으로써 그 이름들이 유래하게 된 까닭과 그들의 특성, 역할을 설명해주고 있다. 「나무의 신화」는 인류의 뿌리가 결국 식물에서 기원하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우리의 관심을 숲 속으로 다시 이끌어줄 것이다. 【이용웅 기자】 <<일*간*스*포*츠 연중 무/료/시/사/회 텔콤 ☎700-9001(77번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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