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자산 1,000억 달러(약 113조원) 이상의 23개 은행에 대한 감독권을 유지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민주당의 크리스토퍼 도드(사진) 미 상원 금융위원장이 은행 감독을 위한 단일 기구를 창설하되 23개 대형은행에 대한 감독권은 FRB에 남겨두는 법안을 이번 주 내로 상정할 예정이라고 8일 보도했다. 그동안 금융계를 감독할 단일기구가 필요하다는 논의는 무르익었지만, 덩치가 큰 금융기관들은 재무부보다도 FRB가 직접 감독해야 문제가 생겼을 경우 금융시스템 전반을 보호하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같은 판단은 지난 2008년 시작된 금융위기의 산물이다. 2008년 9월 미 정부가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방치하면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시작됐고, 이후 AIG와 씨티그룹 등을 살리기로 결정한 대신 천문학적인 액수의 구제 자금을 쏟아부어야 했다. 이 때문에 당시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였던 티머시 가이트너 현 재무부 장관도 FRB의 거대은행 감독권 유지를 의회에 강력히 촉구해왔다. 공화당 측은 그동안 FRB의 감독권 강화를 반대해 왔지만, 도드 금융위원장의 이번 안에는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개 은행 중 부실 은행이 생길 경우 파산 여부 등의 결정권한은 FRB가 아니라 파산법원 판사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FRB의 독단을 막고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FT는 그동안 금융위기 때 제 역할을 못 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FRB가 의회와의 기싸움에서 어느 정도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로비의 역할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벤 버냉키 FRB 의장의 연임이 확정된 만큼 FRB 관계자들이 더 공격적으로 권한 확보에 나선 듯하다"고 전했다. 금융계 이익단체들은 FRB의 감독권 강화를 위해 당분간 로비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미국 독립은행연합회(ICBA)와 금융서비스회의(FSR), 미국은행협회 등은 재무부가 아닌 FRB의 금융권 감독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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