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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농어민 깊은 주름살

日 방사능에 갈치값 하락 지속… 참소라 수출 막혀 해녀들 타격<br>당근은 생산량 늘어 판매 고심

제주해녀 상경 판촉, 11일 제주도에서 상경한 해녀가 물질 작업으로 잡아올린 참소라를 이마트 용산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해녀 생활 40년짼데 요즘은 참소라가 잘 잡히지도 않고 잡아 올려도 제값을 못 받습니다. 그래서 물질을 나가지 않는 날이면 감귤밭에 나가 감귤 따는 일을 합니다."

11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 수산코너 앞. 검은 잠수복을 입은 제주 해녀 박복자(58)씨가 참소라를 들고 소비자들 앞에 섰다. 평소 같았으면 제주 앞바다로 물질을 나가야 하겠지만 박씨는 이날 서귀포 수협 관계자들과 함께 상경했다. 서울 사람들에게 동료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참소라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박씨 손에 들린 참소라는 최근 수매가가 전년 대비 14%가량 하락하면서 해녀들을 애타게 하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제주 해녀들 사이에서는 '소라 팔아 매일 밭을 1평(3.3㎡)씩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나 최근 참소라는 엔저의 타격을 받아 수출길이 막혀버렸고 생물 상태로 유통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내수 판로도 넓히지 못해 해녀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서귀포 수협 관계자는 "참소라 채취로 생계를 유지하는 60~80대 나이 많은 해녀들의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소비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산물은 참소라뿐만이 아니다. 제주 어민들은 올 들어 연중 내내 괴로움 속에 살아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광어 소비 촉진을 호소해야 했고 지난달 중순에는 갈치잡이 어민들이 상경해 직접 판촉에 나서기도 했다. 한때 '금갈치'로 불렸던 제주 갈치는 10월 들어 평균 도매가격이 전년 대비 25%나 하락했기 때문이다. 2009년 이후 계속 감소세를 보이던 갈치 어획량이 올 들어 4년 만에 증가세로 반전했으나 일본발 수산물 공포 탓에 간만에 찾아온 풍어의 기쁨은 곧바로 시름으로 바뀌었다. 어민들이 수협을 통해 대형 마트들과 공동 기획으로 갈치 값을 크게 내려 판촉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한 수산물 공포로 인해 소비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이경민 롯데마트 수산팀장은 "갈치 매출이 하반기 들어 점점 줄면서 지난 10월에는 전년 대비 38%나 줄어들다 보니 지난해 가을 10㎏ 한 상자당 9만원(서귀포수협 위판가격 기준)에 육박했던 갈치 가격은 현재 6만원선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어민들뿐 아니라 제주 농민들 역시 농작물 판로를 찾지 못해 시름에 빠져 있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최대 당근 산지인 제주도는 지난해 태풍 볼라벤으로 인해 농사를 망치더니 올해는 반대로 작황이 지나치게 좋아 걱정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제주산 당근 생산 예상량은 5만3,000톤으로 지난해 2만1,000톤 대비 2.6배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대표 농작물인 양배추도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2월에는 당근 시세가 폭등해 호주 등지에서 긴급 수입했는데 1년도 채 되지 않아 상황이 급변해 이제는 가격 폭락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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