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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신경(神經)조직과 신경(信經)분리

사람의 신경조직은 크게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으로 나뉜다. 이런 신경계 구조는 단순히 신경조직의 덩어리만은 아니다. 신경계는 산소와 영양분을 전해주는 혈관과 물리적인 보호 및 지지를 해주는 결합조직을 갖고 있다. 특히 신경계의 다양하고 중요한 기능들은 개개의 신경원들에 의해 수행되며 다른 세포들과 구조들은 신경원들이 완전하고 정확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사람의 신경조직은 상생하는 관계로 이뤄져 있다. 간혹 의사의 오진으로 이런 신경세포를 섣불리 떼어낸다면 이는 마치 환자에게서 산소호흡기를 떼어내는 것과 같다.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농협의 신경분리란 현재 복합업종 형태인 종합농협을 단일업종 형태로 분리하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한국 농업의 여건과 농협의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고 금융ㆍ경제논리로만 인식한 데 따른 견해가 아닌가 싶다. 과거 신용사업을 맡았던 농업은행과 경제사업을 담당하던 옛 농협으로 분리조직돼 운영된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신경분리의 대가는 자금조달 애로, 지도경제사업 지원기능 약화, 농업인 실익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 61년 신용과 경제사업을 재통합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농협은 그동안 농업을 둘러싼 시장 환경에 경쟁적으로 대응하고 농협의 본래 목적인 경제사업을 잘하도록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전략을 구사해왔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유기적인 연결 고리를 통해 농민의 경제ㆍ사회ㆍ문화적 지위 향상을 꾀하고 구조적으로는 지역농협간 합병과 사업 연합을 추진, 신용사업에서 매년 6,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만들어 농촌을 위한 경제사업 등에 지원해왔다. 오늘날에는 개발도상국이나 일부 선진국에서조차 협동조합 발전의 모범사례로 여길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의 신경분리를 통해 경제사업을 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논리는 현재로서는 설득력이 없다. 신용사업은 신체의 혈관이고 경제사업은 농업ㆍ농촌ㆍ농민을 포함하는 복잡한 기관 계통이다. 만일 신경분리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간 회계의 차단벽을 만들면 신체의 혈관이 막히는 것처럼 자금줄이 막히거나 축소돼 ‘농업인 실익사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자는 주장은 사람의 신경조직을 파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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