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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지하철과 공산당

중국의 3대 황금연휴 중 하나인 국경절(國慶節) 연휴의 마지막 날인 지난 6일 오후 2시 베이징(北京)시 남쪽의 쑹자좡(宋家庄) 지하철 역 앞에는 차표를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베이징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지하철 5호선의 개통열차를 기념 삼아 타보려고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베이징 시민들 입장에서는 5호선 개통으로 남북 간 이동시간이 크게 줄어들게 된 점이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반가운 것은 지하철 요금이 한꺼번에 절반 가량 인하된 것. 중국 정부는 5호선 개통을 계기로 지하철 전구간 요금을 2위안(약 240원)으로 통일시켜 기존에 기본구간 요금 3위안과 환승 이용 요금이 5위안이었던 요금부담을 대폭 줄여줬다. 중국 정부는 “지하철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요금을 인하했다”고 밝혔지만 ‘선심’의 흔적들이 곳곳에서 읽혀진다. 무엇보다 지하철 요금인하를 단행한 시점이 중국 정치의 ‘빅 리그’라고 할 수 있는 공산당 당대회 시즌 개막 하루 전이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중국은 8일 지난 5년간 중국 공산당의 치적을 결산하는 16기 7중전회 개막을 시작으로 15일에는 향후 5년간 공산당의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17기 공산당 전체회의(17전대)를 개최한다. 중국의 유일한 희망이 공산당이라는 점을 시민들로 하여금 굳게 믿게 해야 하는 공산당 정권의 입장에서 요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치솟는 물가다. 요즘 중국의 경제상황을 보면 5년 연속 국내총생산(GDP) 11%성장을 바라보고 있고, 수출도 사상최고치를 달리고 있으며, 외환보유고 역시 1조4,000억달러로 세계최대 수준을 유지하는 등 공산당의 치적을 알리는 데 손색이 없지만 돼지고기 파동 등의 영향으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1년만의 최고치인 6.5%를 기록해 큰 부담이다. 이 시점에서 중국 공산당 정부는 ‘시민의 발’이라고 할 수 있는 지하철 요금을 일시에 절반 가량 내려 정부의 물가안정 의지와 능력을 과시하고 싶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생각대로 지하철 이용객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면 지하철 운용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하철 요금을 다시 환원할 수밖에 없다. 베이징 시민들도 정부의 ‘선심’이 오래갈 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회사에 출퇴근하는 한 직장인 여성은 “십여년 전 지하철 요금이 한꺼번에 몇 배 상향 조정된 적이 있는 데 그 때 베이징 시민들의 반감이 아주 컸다”고 말했다. 어디서나 정부의 선심은 줄 때는 가볍지만 회수할 때는 더 무거워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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