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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213가지 정보

安炳璨(경원대 교수)4월 8일은 운수가 좋은 날이었다. 아침 신문에 두 면에 걸쳐 전면광고가 났다. 『전화 하나로 이 많은 정보를 받아보는 세상이 열렸습니다』하는 내용이 실려있었다. 광고문은 휴대폰 하나로 받아볼 수 있는 정보 항목을 열거해 놓았는데 그 종류가 무려 213가지나 되었다. 휴대폰 하나로 213 가지 정보를 앉아서 챙길 수 있다고? 참 희한한,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인간들이다. 휴대폰의 전파망에 겹겹이 묶여 「정보의 포로」가 된 인간, 전파망으로 「박제가 된 군상」이 저절로 그려진다. 이런 광고를 본 날 아침이라 운수가 좋게 느껴졌을 것이다. 대학에 가기 위해 이날도 지하철을 탔는데 시간을 줄여보려고 경로를 특이하게 잡았다. 출발지인 신용산역에서 4호선으로 출발해서 사당역까지, 그곳에서 2호선으로 바꿔타고 교대역까지, 교대역에서 다시 3호선으로 갈아타고 종점인 수서역까지 갔다. 여기까지는 서울특별시 지하철 공사가 운행하는 1기 지하철이다. 끝으로 경원대역까지 타고 간 것은 철도청 소관인 전철(분당선)이다. 지하철을 타고 1시간 넘게 18개역을 이동하는 사이에 전동차 안에서 휴대폰의 소리를 들은 것이 한 번 뿐이니 운수가 좋은 날이라고 한 것이다. 그렇지않아도 서울 지하철 공사 주시환 홍보부장이 지난주 이 난의 「지하철의 파열음」을 보고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조용한 지하철」을 만들어 보려고 지하철 공사도 나름대로 애를 쓰지만 실천이 잘 안되는 부분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가 제시한 대책자료에는 전동차 안내방송, 전동차내 휴대폰 예절, 잡상인·구걸자·전도자 단속 등에 관한 것이 들어있었다. 전동차안내방송은 기지에서 열차를 출고하기 전에 승무원이 방송기기와 음향상태를 점검하고 있지만 일부 승무원이 이를 잘 지키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또 잡상인·구걸자·전도자의 단속은 청원경찰과 경비용역 138명으로 책임단속반을 편성하고 있으나 승객을 가장하거나 조직화한 행동을 근절하기가 쉽지않다는 호소였다. 전동차 안의 휴대폰 예절에 관해서는 지하철공사도 적극성을 보이겠다고 한다. 앞으론 전동차 모서리 상단에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휴대폰, 때와 장소를 가릴줄 아는 분들이 쓰면 더욱 좋겠지요』라고 쓴 포스터(규격 50×12.5㎠)를 붙이겠다는 말이다. 또 차장이 육성방송으로 휴대전화의 예절을 지켜달라고 권유할 방침도 세웠다는 것이다. 사실 주시환 홍보부장의 고충은 이해할 만 하다. 지금 우리 대학 중앙도서관도 학생들의 휴대폰 소음을 없애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렇지만 지성인이여야할 대학생들은 「휴대폰 사용제한」이라는 글귀 앞에서도 휴대폰을 쓰고 있다. 지하철과 대학도서관에서 다같이 「휴대폰 파열음」이 없어지는 날이여 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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