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兆원 손실 '키코' 환율하락만이 해결책?

최근 환헤지용 파생상품인 ‘키코(KIKOㆍKnock-In, Knock-Out)’가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중소 수출업체를 중심으로 한 수많은 기업들은 환율 급등에 따른 수조원의 손실로 회사 존폐 위기에 몰렸고 외환시장에서는 이들 업체의 최소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매수 수요를 우려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가뜩이나 불난 환율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시장에서는 엄청난 환손실을 입은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키코는 은행권이 판매하는 환헤지용 통화옵션 파생금융상품으로 환율 900원대가 붕괴되며 800원선 전망이 나온 지난해 하반기에 집중 판매됐다. 키코는 시장환율이 계약환율 안에만 머물면 업체에 유리하나 환율이 급등하면 위험성은 치명적이다. 상품설계는 이렇다. 은행은 계약 환율 상ㆍ하단을 정한다. 시장환율이 범위 내에 있으면 업체는 시장가보다 높은 계약가로 외화(달러나 유로)를 팔 수 있다. 환율이 계약조건 밑으로 떨어지면 계약이 무효화돼 손해가 없다. 문제는 환율이 상단을 넘어가는 경우다. 요즘처럼 환율이 예상치를 웃돌며 한 번이라도 계약환율 상단을 터치하면 업체는 계약금액의 2~4배를 시장에서 사서 터무니없이 낮은 약정환율로 은행에 매도해야 한다. 이는 계약환율 범주 내에 머무를 확률이 높은 반면 넘어설 확률은 낮기 때문에 업체가 풋옵션 1개를 매수할 때 은행 측에 프리미엄을 얹어줘 콜옵션 2~4개를 매도하는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예컨대 A사가 은행과 계약금 1,000만달러, 만기 1년, 환율 900~950원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치자. 만약 환율이 1,040원대로 급상승하며 계약상단(950원)을 벗어났다면 A사는 약정액의 두 배(2,000만달러)를 950원에 은행에 팔아야 한다. 달러당 90원이라는 엄청난 환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소 수출업체들이 금융당국에 은행이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팔았다며 민원을 제기하고 2ㆍ4분기 이후의 계약을 무효화시켜달라는 등 대책마련 촉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나 금융감독원ㆍ한국은행 모두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키코발 사태는 환율이 900원대 중반으로 크게 하락하지 않고서는 현재로서는 해결책이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