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금융시장의 확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금융회사들이 해외로의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다양한 국가들을 찾고 있지만 개중에 움직임이 가장 큰 곳은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이다. 하지만 서울경제신문이 자체 파악한 결과 정작 이들 국가는 금융 진출 문턱을 갈수록 높이고 있어 금융회사들의 영역 확장이 쉽지 만은 않아 보인다.
느슨했던 외국금융기관의 소유한도 제한을 강화하거나 동일인의 여신한도를 규제해 해외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도 제약이 크다. 현지 진출한 법인이 지점을 설치할 때도 2곳으로 제한하는가 하면 예대비율까지 높여 영업 확장에 제약이 많다. 동남아 등지에서 먹거리를 찾으려는 국내 은행들의 금융영토 확장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시중은행의 글로벌담당 부행장은 16일 "자국의 금융산업을 키우려는 전략 때문인지는 몰라도 인도네시아나 중국 금융 당국이 문턱을 높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심지어 구체적인 규제 사안조차 발표를 하지 않거나 명문화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 진출 활발한 중국… 규제도 가지가지=중국은 국내 은행의 진출이 가장 활발하다. 지난 3월 말 현재 현지법인을 설립한 은행만도 5곳에 이른다. 국민은행도 법인 설립 본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현지법인이 없는 5개 은행도 지점과 사무소 방식으로 진출하면서 지난해 말 한국계 은행의 자산 총액은 96억달러(외자은행 자산 총액의 2.8%)에 달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들은 중국에서 자산도 빠른 속도로 늘려가고 있는데 지난해의 경우 2010년에 비해 자산이 23.6%가 늘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중국 금융 당국의 외국계 은행에 대한 규제의 강도가 강해지는 모습이다. 예컨대 중국 금융 당국은 투자자본금의 위안화 환전을 개별 승인하는 등 제한하고 있다. 외화의 유입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서인데 자본금(달러)의 위안화 환전이 제한되면서 환차손의 부담이 크다. 현지 동업자 간 위안화의 단기차입 한도 역시 자본금의 2배 이내로 묶었다. 이에 따라 위안화 업무 확대가 제약을 받고 단기조달 대신 높은 비용의 장기조달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또 외자은행은 운영자금의 30%를 의무 예치하도록 해 운용가능 자금이 줄었고 지분인수를 통한 중국 진출을 할 때도 보유한도는 20%로 제한했다. 아울러 동일인 여신한도를 자기자본의 10% 이내로 제한, 중국 내의 국내 대기업이나 현지법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도 애로가 크다는 게 진출 은행들의 하소연이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중국 진출한 외국계 은행의 자산총액은 2조1,535억위안인데 중국 전체 은행업 자산총액의 1.93%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고 말했다. 자산증가 속도는 빨라졌지만 절대량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작다는 것이다.
◇지분소유제한 새로 도입…발표 미루는 인도네시아=최근 우리은행이 현지의 사우다라은행 지분 33%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 은행의 인도네시아 진출 시도는 활발하다.
올 초부터 국민ㆍ신한ㆍ우리ㆍ외환ㆍ산업ㆍ기업은행 등은 인도네시아 금융회사의 인수합병(M&A)을 추진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실적은 없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취득 지분에 대한 제약이 없던 인도네시아가 올해 들어 제한을 두려고 하고 있다"면서 "40%라는 설부터 50%, 혹은 40%보다 밑돌 것이라는 얘기만 나올 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국금융기관의 취득 지분에 제한을 두다 보니 M&A가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신한은행이 우리은행보다 먼저 지분인수 승인 신청을 했는데 신한은행이 인수하려는 지분이 40%를 넘다 보니 33%의 지분취득만 신청한 우리은행에 대해서만 승인을 해줬다"고 말했다.
지점 등을 설치하려는 외국은행에 대해 자본금 규모도 3억달러 이상으로 대폭 높이기도 했다. 웬만해서는 진출이 쉽지 않다. 결국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은 현지 은행 M&A를 포기하고 현지 대형 은행들과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데 그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