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한 핵심관계자는 19일 "기금운용본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찬성하기로 입장을 정한 후 관련 간부들에게 엘리엇이 서한을 보내 부당함을 지적하고 소송에 나서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10일 투자위원회를 열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건에 대해 의결권전문위원회로 심의를 넘기지 않고 곧바로 찬성 입장을 정했다. 투자위원회는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을 좌장으로 운용본부 실장(8명)·팀장(3명)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17일 삼성물산 주총에서 드러났듯 표 대결에서 크게 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엘리엇이 주총 전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을 어떻게든 뒤집기 위해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위원들을 직접 압박하는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 측은 서한 발송 배경을 묻자 "일절 답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엘리엇이 소송 불사를 천명한 서한이 실제 법적 대응으로 현실화할 가능성은 적지 않은 것으로 재계와 투자은행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엘리엇의 사실상 협박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임시주총에서 합병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실제 행사했고 결국 엘리엇의 공격을 무력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엘리엇이 중대한 사안을 이례적으로 의결권 전문위에 넘기지 않고 독자적으로 결정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는 나오고 있다.
특히 체면을 구긴 의결권전문위 내부에서는 위원 사퇴나 이례적 결정을 한 홍 본부장 및 관련 간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투자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국민연금의 규정이 불명확해 엘리엇에 빌미를 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엘리엇은 10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삼성물산 합병안에 찬성 결정을 내린 직후 이를 알린 언론보도 내용을 의도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국민연금은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안건을 정식으로 회부해야 한다"고 압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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