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제약업체 카탈리스트 바이오사이언스가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특히 카탈리스트는 국내 증시에 노크하는 첫 미국 토종 바이오 기업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탈리스트는 최근 미래에셋증권과 주관 계약을 맺고 한국 시장 상장 준비에 돌입했다. 상장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내년에 코스닥시장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카탈리스트는 2002년 설립된 혈우병 및 면역 질환 치료제 개발 전문 기업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세계적인 제약업체인 화이자와 업무 협력 계약을 맺고 혈우병 치료에 쓰이는 혈액응고인자인 VIIa의 개발과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당시 화이자는 카탈리스트의 기술력을 믿고 리서치를 위해 2,100만달러를 선불로 지급했으며 로열티를 제외한 총 계약 금액만 5억달러에 달한다. 현재 임상 1단계가 거의 마무리 단계로 빠르면 올해 안에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과도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카탈리스트는 지난해 10월 이수앱지스와 B형 혈우병 치료를 위한 차세대 신약 물질인 IX 인자 공동 개발 계약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IX인자 역시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카탈리스트의 최고경영자(CEO)인 나심 우스만은 바이오 연구원 출신으로 지난 1월 머크&컴퍼니에서 나스닥 상장사인 앨나이램 파마슈티컬스에 인수된 서나 테라퓨틱스에서 부회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내기도 하는 등 미국 제약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알려졌다.
카탈리스트가 코스닥 상장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한국 바이오 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한국계 투자자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엑세스바이오의 성공으로 외국계 바이오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지역에서 뛰어난 바이오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카탈리스트의 경우 한상기업은 아니지만 회사 경영진에 마이클 계영이라는 한국계가 포함돼 있다. 그는 2013년 바이오 관련 벤처 투자 회사인 버릴앤컴퍼니 소속으로 이 회사에 투자하는 등 15년 이상 연구원ㆍ투자자로서 바이오 업계에서 일해오고 있다. 카탈리스트의 한국 상장에도 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장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우선 카탈리스트는 오리지널 신약을 개발해 다국적 제약회사에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회사인데 아직까지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신약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상장에 관여하고 있는 관계자는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올해 안에 라이선스 관련 매출이 발생하고 내년 상반기에 상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90% 이상을 차지하는 벤처 캐피털 지분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일차적으로는 재무적 조건을 맞추기 위해 현재 우선주인 벤처 캐피털 지분을 보통주로 전환해야 한다.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우선주는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부채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보통주는 자본금으로 잡힌다.
벤처 캐피털 지분의 보호예수기간을 어느 정도로 할지도 관심거리다. 상장 후 벤처 캐피털 자본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일반 투자자들이 물량 폭탄으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상장 기업의 보호예수기간은 2년을 기준으로 개별 기업의 상황에 맞춰 적용한다"며 "다만 투자 기간이 오래된 투자자들은 6개월 정도로 보호예수기간을 줄일 수도 있고 투자 기간이 길더라도 지분이 지나치게 많은 투자자들은 보호예수기간을 1년 정도로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조만간 카탈리스트의 지분 구성을 확보해 보호예수기간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같은 이슈에도 불구하고 카탈리스트의 상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상당하다. 거래소 관계자는 "카탈리스트는 엑세스바이오보다 잠재력이 큰 기업이라서 한국 바이오 시장의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해외 기업의 국내 상장은 주로 중국 기업 위주였는데 카탈리스트의 상장은 국내 진출 해외 기업이 선진국으로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카탈리스트는 현재 나스닥에 상장된 바이오 기업 중에서도 중간 정도 규모의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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