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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초·중·고 주 5일제 안착시키려면…

다양한 특기적성·체험활동 프로그램 통해 창의성 계발해야<br>휴업 대체 시설·프로그램 열악… 상당수는 사교육 의존 가능성<br>중·고교도 방과후학습 대체보단 사정관제 활용할 체험수업 운영을





내년부터 전국 초·중·고교에 주5일제 수업이 전면 실시된다. 각 시·도 교육감이 지역·학교별로 시행 여건을 고려해 정한다는 '자율'이라는 단서가 달려 있지만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는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 학교에서 주5일제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5일 수업제의 전면 확대로 늘어난 토요 휴업일에 자녀를 놀게 해야 할 지, 학원에 보내 공부를 시켜야 할 지 벌써부터 학부모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자녀와 여행을 떠나고 여가활동을 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매주 함께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입시 부담이 큰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주5일제가 시행되면 자녀들의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지금도 주중은 물론 격주 토요 휴업일에 학원을 보내고 있는데, 주5일 수업제가 확대되면 학원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주5일 수업제 전면 확대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지만 주5일 근무 확산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부작용을 줄이면서 제도를 안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들의 생활 패턴을 크게 바꿔놓을 주5일 수업제를 학생ㆍ학부모들이 어떻게 대비하고 활용하는 게 좋을 지에 대해 알아봤다. ◇특기ㆍ적성 프로그램 확대로 창의성 계발해야=주5일 수업의 취지를 잘 살리려면 우선 학교에서 수업이 없는 토요 휴업일에 학생들에게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 및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당국과 지방자지단체도 해당 학교에 재정적ㆍ행정적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놀토'에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포함해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하는 전국의 학교 수는 2009년 2,028개교(18.2%)에서 지난해 2170개교(19.3%)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참여 학생 수는 13만2,886명(1.79%)에서 13만2,725명(1.84%)으로 거의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토요 휴업일에 학생들의 교육을 대체할 만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열악하다 보니 상당수 학생은 학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사교육비 증가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또 맞벌이 부부의 자녀나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들은 별다른 활동 없이 그대로 방치돼 탈선의 길에 빠질 수 있는 등 잠재적 사회 불안요소가 될 수도 있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 있는 전일중학교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현재 이 학교는 한 달에 두 번 토요 휴업일에 30개의 예체능 관련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교내 잔디운동장과 테니스장, 음악실, 멀티미디어실, 과학실험실 등 기존 시설을 활용해 다양한 강좌를 개설했다. 수강료는 두 달 반에 5만원 선으로 저렴하다. 이 때문에 근처에 있는 8곳의 초·중·고교 학생들이 '놀토'가 되면 이 학교에 몰려든다. 일종의 지역 거점 학교인 셈이다. 전일중학교의 한 관계자는 "학교 시설과 프로그램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타 학교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다"면서 "사교육절감형 창의학교로 지정돼 교과부로부터 매년 재정지원을 받지만 좋은 강사를 구하고 시설을 정비하는 데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지역의 사교육절감형 창의학교는 총 102 곳이 지정돼 있다. 교과부는 주5일제 시행을 앞두고 이들 학교를 지역사회와 연계한 특기ㆍ적성프로그램 운영학교로 유도할 계획이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주5일제 수업이 정착되기 위해선 학교뿐 아니라 가정과 지역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면서 "사교육절감형 창의학교 중에서 30 곳을 학교체육 활성화학교로 선정해 체육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 주민센터나 체육관 시설을 이용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지역 네트워크 통해 교과 연계 체험활동 강화도 필요=주5일 수업제 전면 실시가 사교육비를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상식에 가깝다. 지금도 학생 10명 중 7~8명이 주중에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주5일 수업제가 도입되면 주말에도 사교육을 받을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발 빠른 학원들은 이미 주말 전일제 프로그램 마련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들린다. 임성호 하늘교육 이사는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반 편성이 가능해지면 학원 입장에서도 운영이 수월해질 것"이라며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집중적으로 교육 받으면 금방 효과를 볼 수 있는 논술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주5일 수업제 시행에 따라 우려되는 사교육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교과 심화ㆍ보충 학습을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토요 방과후학교 교과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교육 부담을 줄이려고 토요일에 교과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의 한 관계자는 "토요일 보충수업으로 교과 과목을 가르치면 주5일제 수업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학습부담을 덜어주고 창의적 체험활동을 확충한다는 기본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입시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중∙고등학교에서는 토요일 프로그램을 국·영·수 중심의 교과목으로 채울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토요 휴업일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학교 중에는 입시 관련 과목 위주로 운영하는 곳이 적지 않다. 불암고는 토요 휴업일에 자체적으로 논술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대진여고 역시 논술반과 영재학급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영재학급에서는 입시에 대비해 과학 탐구 영역을 가르친다. 경기도의 퇴계원고는 국·영·수 등 주요과목을 기초반과 심화반으로 나누어 진행 중이다. 토요일 방과후학교 교과프로그램 확대는 사교육 의존도가 큰 우리 현실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학생ㆍ학부모들의 요구가 있고, 사교육 수요를 흡수한다는 명분으로 교과 프로그램 위주로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기 보다는 주5일 수업제 실시를 계기로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자기주도학습능력이 강조되고 다양한 경험을 강조하는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주말에도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학부모들이 성찰해봐야 할 시점"이라면서 "교과와 연계된 체험활동을 많이 하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개인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학부모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지자체ㆍ시민단체의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토요 휴업일에 학습에 대한 학생ㆍ학부모의 니즈(needs)가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해 교과프로그램을 운영하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보다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ㆍ고교에서도 도서관 책읽기, 진로프로그램과 연계한 체험활동, 예ㆍ체능 특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주5일 수업제 도입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 부소장은 "모든 것을 단위 학교에 맡기기보다는 지구별, 학교 간 특성화 교육 클러스터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교육청과 지자체가 사회적 기업이나 뜻 있는 민간 주체들의 참여를 독려해 지역 네트워크를 꾸리는 방안 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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