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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타클에 어울리는 감동 아쉬워

[새영화] 2012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재난영화 '2012'

지난 9월 30일 영화 2012의 일부가 공개됐을 때 사람들은 "이 다음에 나오는 재난영화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야 하느냐"고 입을 모았다. 지진에서 쓰나미까지 온갖 재난이 영화 속에 모두 대규모로 녹아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성된 영화가 공개되자 그런 걱정은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이보다 더 스펙터클한 재난영화가 나오기 어려울지언정 이보다 더 좋은 재난영화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고대 마야인들이 예견했던 지구 종말이 그들의 예언대로 2012년에 찾아온다는 것. 태양 흑점의 폭발로 튀어나온 뉴트리노가 지구 내부를 끓어오르게 만들어 급속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지진, 화산폭발, 쓰나미 등 온갖 재난이 일어난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지진으로 사라지는 LA에서 출발해 '노아의 방주'격인 배가 있는 중국까지 온갖 재난을 뚫고 살아남는 주인공 존 쿠삭(잭슨 커티스)과 그의 가족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잭슨 가족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인류 종말을 맞는 재난영화라기보다 인디애나 존스 같은 모험 영화에 가깝다. 특히 경비행기를 타고 LA를 탈출하는 부분은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다. 아슬아슬하게 빌딩 사이를 지나가는 경비행기 너머로 무너지는 빌딩에 매달리는 사람들과 갈라진 땅속에서 지나가는 지하철 등이 실감나게 그려진다. 땅이 꺼지고 쓰나미가 덮쳐도 연속된 우연으로 살아남는 잭슨 가족의 모습을 따라가는 영화는 인류종말에 대한 고찰과 인간애를 보여주진 않는다. 노아의 방주는 일부 부유층에게만 알려진 극비로 나머지 사람들은 살 수 있는 기회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사라졌고, 이마저도 서로 자신만 살겠다고 아우성인 사람들로 북새통이기 때문이다. 영화적 완성도를 기대하고 이 영화를 찾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거대한 스펙타클에 어울리는 거대한 감동은 없다. 하지만 2시간 37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새로운 영화적 기술을 '구경'하러 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만족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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