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이 불안하다. 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들 가운데 확실하게 손에 잡히는 게 하나도 없다. ‘안개 장세’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자연스럽게 시장 참여자들의 손길이 안전자산인 달러화로 향하고 있다. ‘극심하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지만 시장에서 흘러가는 환율의 진폭도 제법 큰 편이다. 문제는 방향성인데 불확실함이 크다 보니 시장 전문가들조차도 딱 떨어지는 해답은 주지 못하고 있다. ◇슬금슬금 오름세…한달래 최고=18일 원ㆍ달러 환율은 개장 초부터 상승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주 말보다 4원70전 높은 958원50전에 장을 열더니 이내 959원까지 오르며 960원선까지 위협했다. 사흘 연속 월고점을 경신하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반락해 결국 직전 개장일보다 4원90전 오른 958원70전으로 마감했지만 달러화 강세 기조는 계속되는 분위기다. 이달 개장일이었던 지난 3일의 944원90전에 비해서는 13원80전, 일주일 전보다는 11원90전이나 올랐다. 슬금슬금 오르더니 이내 지난달 14일 962원 이후 한달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다. ◇불확실성 증폭…안전자산 찾기=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분석실 부장은 ‘공포’와 ‘눈치’라는 두 개의 단어를 꺼내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10년 이상 딜러 생활을 해보았고 어느 때나 불확실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상황처럼 불확실성이라는 단어가 피부에 와닿았던 적은 드물었다”고 토로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상황’으로 불안감에 빠진 시장 참여자들도 극심하게 눈치를 본 채 일단 달러화를 집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우선 대외시장 상황이 너무 불안하다.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긴축 움직임 속에서 중단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한 번 더 올릴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물론 방향을 점치기는 힘들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공산이 엿보이고, 심지어 일본 중앙은행까지 6개월 내 금리를 추가로 올릴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여기에 중국까지 “위안화의 인위적인 절상은 없다”며 ‘절상이 불가피하다’는 시장의 예측과 반대로 움직이면서 불안함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지정학적 불안감까지 겹쳐=시장상황뿐 아니다. 이달 들어서는 지리적 상황들까지 달러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용욱 우리은행 과장은 “달러는 그동안 금리 때문에 강세를 보여왔었는데 최근에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가 등 돌발적인 변수로 인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북한 미사일 사태에 이어 이스라엘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의 불확실함이 커지고 있다. 유가가 오른다는 것은 결국 우리의 경상수지 흑자 감소로 연결되고, 이는 곧장 원화 환율의 상승 재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불확실성 키워…환율 ‘출렁거릴 것’=불안함은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콜금리 인상을 놓고 여당 및 정부와 한국은행이 벌이고 있는 힘겨루기 탓이다. 시장에서는 8~9월쯤 한은이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여당을 중심으로 반발이 워낙 거세다.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달러화의 강세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방향성이 한 쪽으로만 쏠릴 것 같지도 않다. 지금은 달러화가 안전자산으로서의 효용 가치를 발휘하고 있지만 언제 뒤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 부장은 “불확실하니 변동성을 잡기도 쉽지 않다. 시장의 출렁거림이 좀 심해질 것”이라며 “변동성 확대 쪽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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