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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뉴패러다임-공유가치경영] <1> 이윤·사회기여 두 토끼 잡는다

기부·봉사 넘어 사업 시작부터 '착한 비즈니스'로 상생 추구

자본주의 회의·기업 신뢰도 하락 속 빈곤·환경문제 등 사회적 역할 커져

ICT기술 접목해 전통시장 활성화

장애인 도우며 새 소비층 발굴 등 더불어 잘 사는 사회 만들어나가


미국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선단체 록펠러재단은 2009년부터 기업을 평가할 때 기업 활동이 환경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긍정적인 기능을 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IRIS(The Impact Reporting and Investment Standard)를 투자자에게 제공한다. 기업의 기부 액수로 순위를 매기다가 기업 활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인 '임팩트 비즈니스(Impact Business)'를 측정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 1,000여곳의 기업이 '사회적 목적 추구'를 정관에 포함할 정도로 이미 지구촌에서는 기업이 사회 구성원과 상생하는 공유가치를 경영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김태영 성균관대(경영학) 교수는 "예전에는 기부를 얼마나 했느냐가 기업의 공헌 활동에 절대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얼마만큼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쳤는지 아웃풋(결과)으로 관점이 옮겨졌다"며 "그 연장선 끝에 바로 공유가치경영(Creating Shared Value·CSV)가 있다"고 설명했다.

CSV가 지구촌 전역을 강타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정부와 민간단체인 NGO 등과 달리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의 역량을 결집해 사회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사회 곳곳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착한 자본주의'의 거대한 실험이 시작됐다

◇평판 위주 CSR에서 '두 토끼' 잡는 CSV로=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2011년 처음 주창한 CSV는 기업의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통해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빈곤·기아·환경·물·에너지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돈을 버는 경영 형태를 말한다.

사회공헌활동(CSR)과 CSV의 차이는 단적으로 '지속 가능' 여부와 '규모의 확대' 가능성이다. 평판 위주의 CSR는 과거 초보적인 자선사업에서 나아가 사회적 책임에 주력한다. 신경 쓸 대의명분은 많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도처에 있지만 예산의 한계로 CSR로 풀 수 있는 문제는 한정돼 있다. 반면 CSV는 생색 내기나 봉사활동 수준에 그쳤던 CSR 에서 더 나아가 기업이 자신의 핵심 역량을 사회문제 해결에 투입함으로써 윈윈하는 전략적 투자라는 점에서 다르다. 기업 메커니즘의 혁신을 통해 시장을 만들어 넓히고 거기서 나온 이익을 재투자해 선순환 구조를 통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 김태영 교수는 "기업이 많은 자선사업을 하고 기부를 더 할 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함으로써 가치를 만들어낼 때 상생하는 기업으로 거듭난다"며 "기업의 CSR 부서가 내적 역량을 갖추고 최고경영자(CEO)의 사고방식 전환이 전제됨과 동시에 CSV를 프로그램으로 마련해 직원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SV 열풍 왜=CSV는 저성장 기조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로 촉발됐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폭탄 돌리기 식 기업의 이윤 추구에서 온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며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불러왔다. 이어 2011년 미국 월스트리트 점거 시위를 벌였던 '아큐파이 월스트리트(1%의 탐욕에 맞선 99%의 저항운동)' 사건은 더 이상 부유층 위주의 경제성장이 서민경제에 파급 효과를 미치는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갖게 했다.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 갈수록 기업 윤리의식이 땅에 떨어진데다 세월호 등 대형 참사를 겪은 국민 사이에 오너 배만 불린다는 반기업 정서는 더욱 팽배해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02년 53억7,000만원이던 기업당 평균 CSR 지출 규모는 2012년 144억4,200만원으로 늘어났다. 반면 대기업 신뢰도는 2001년 39%에서 지난해 36%(동아시아연구소 조사)로 떨어졌다. 국내 기업이 CSR 지출을 늘리고 있지만 결코 기업 신뢰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은 중산층 이상을 대상으로 한 전통적인 비즈니스 영역에서 이윤을 극대화할 수 없는 성장의 한계에 부딪쳤다. 그러다가 이익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소비자(소외계층)가 처한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이들을 주 소비층으로 끌어올리는 새로운 기회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임민정 산업정책연구원 본부장은 "사회문제 해결은 정부나 시민단체의 몫이라고 생각해왔지만 기업은 최근 상충돼 보이던 사회문제와 이윤추구 사이에 중첩되고 융합된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좋은'을 넘어 '착한' 기업이 뛴다=국내 기업들도 CSR 프로그램을 CSV 관점에서 재검토하는가 하면 CSV 기업으로 거듭나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CJ그룹은 기존의 CSR팀을 CSV 경영실로 확대 개편하고 지난 4월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CJ오쇼핑 등 계열사 3곳에 각각 CSV 경영팀을 만들고 CSV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한국암웨이는 일찌감치 기업성장의 한 축으로 CSV를 택했다. 1998년 중소기업 상생 프로젝트 '원포원'을 시작으로 16년간 협력사와 상생활동의 결실로 지난해 한국마케팅협회에서 CSV 경영대상을 수상했다.

SK텔레콤의 전통시장 스마트화 사업은 핵심 역량인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사례다. 중곡제일시장 시범 사업에서 SK텔레콤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전단을 뿌리고 가입자를 대상으로 상품권이나 쿠폰을 제시하는 등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ICT 솔루션 기술의 활용도도 검증했다. SPC그룹은 농축산물 직거래로 농가 소득을 높이고 제품 품질은 높이는 두 가지 가치를 확보하는 '행복한 동반성장'을 통해 모범적인 CSV 모델로 평가 받는다. 한국인삼공사는 계약재배를 통해 농가에 안정적인 농사활동을 보장하는 한편 프리미엄 홍삼 재배와 홍삼산업 발전이라는 1석3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대형마트 3사 역시 PB 상품으로 중소기업 판로를 확대하며 위기를 기회로 돌리는 한편 오뚜기는 '굿윌스토어' 매장 운영으로 장애인 재활을 도와 그들을 소비계층으로 올려놓는 데 일조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올해 장애인 바리스타 60명을 채용하며 사회적 약자 계층을 끌어안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유니베라는 멕시코 현지 농장에서 최저임금 보장, 자녀 대학 학비 지원 등 복지제도를 통해 아동 친화 경영을 활발히 펼치는 우수 기업으로 해외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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