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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부도방지협약적용 6개사 중간점검
입력1997-06-07 00:00:00
수정
1997.06.07 00:00:00
정두환 기자
◎땅팔고 휴무·월급도 반납 “회사 살리자”한보·삼미·진로·대농·한신공영·삼립식품.
부도가 발생했거나 부도방지협약대상에 선정된 기업들로 회사 존립자체의 위기에 처해있다. 이들 중에는 특혜대출비리로 오너가 수갑을 찬 기업이 있는가 하면 서민의 애환을 달래고 배고픔을 채워주던 기업도 있다.
이 회사의 임직원들은 월급을 자진반납해 공장을 돌리고, 거리로 나서 제품구매를 호소하고 있다. 회사정상화라는 궁극적인 목표하나를 위해서. 하지만 기업회생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눈물」과 「땀」으로 뒤범벅된 이들의 자구노력 상황과 회생여부를 종합 점검해 본다.<편집자주>
◎진로/“우리 힘으로 정상화” 100일작전 결의/중복사업 축소·조직 통합·구매 캠페인
『모든 진로인이 현위기상황극복에 사력을 다해 「진로르네상스」를 다시 구축합시다.』
장건룡 진로쿠어스맥주사장겸 영업총괄사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회사살리기 1백일작전」 발대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이같이 호소했다. 이 발대식 이후 진로는 장진호 회장을 비롯 사장단과 전임직원이 진로제품 구매를 호소하는 가두캠페인에 나섰다.
진로는 현재 부도위기극복과 경영정상화를 위한 초비상경영을 추진중이다. 초비상경영은 경비절감·중복사업축소 등 일반적인 자구노력차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그룹운명을 지탱할 수있는 기본사업만 유지하고 모두 버리는 「생명유지형」 비상경영이다. 부도방지협약의 첫대상으로 선정된 이후 임원절반이상(53%)을 퇴임시켰고, 주력사의 영업·생산조직을 하나로 통합시켰다. 여기에 18개 계열사(금비계열 4개사제외)중 주력사만 살리고 모두 버린다는 비상시나리오를 마련, 추진하고 있다.
직원들은 휴무를 반납하고 근무시간을 연장했다. 생산현장 곳곳에는 「민족기업 진로, 우리힘으로 살리자」플랭카드가 나붙어 있다.
이같은 노력은 일반인들의 「서민주 진로를 살리자」는 분위기와 함께 진로의 매출과 판매가 오히려 늘어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달 소주는 전년동기대비 30%, 맥주도 20%가까이 늘어났다고 회사측은 밝히고 있다.
진로는 (주)진로의 경영권을 고수, 경영권포기대상이 아닌 진로쿠어스맥주와 함께 2개사만큼은 반드시 정상화한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부동산과 계열사 생산설비매각 등 자구노력도 이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데 현재 상당한 진전을 보고 있다.<이용택>
◎삼립식품/노사 혼연일체 「1시간 더일하기」 등 전개/매출 증가에 관리직원도 생산라인 투입
삼립식품은 노사가 혼연일체가 돼 회사살리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도에도 불구 아직까지 생산직을 포함, 한명의 퇴사자도 없는등 아무런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에서도 「제빵업계의 산증인」 삼립식품의 역사를 여기서 멈출수 없다는 인식아래 자발적으로 「1시간 더 일하기」와 「생산성 10%향상」운동을 벌이는등 적극 협조하고 있다.
또 70년대 「삼립빵」을 먹고 자란 중년층을 중심으로 삼립제품 구매가 늘어난 것도 재기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빵류의 매출은 부도이후 오히려 지난해보다 20%이상 증가했는데 일손이 달려 공급물량을 맞추지 못하자 관리직사원까지 생산라인에 투입돼 물량증대에 매달리고 있다.
삼립식품은 현재 원자재 수급은 물론 생산과 판매도 예전과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리점주들도 제품 판매대금을 그날 그날 현금으로 입금시켜줘 자금운용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외부차입이 끊긴 상태에서도 회사운영에 전혀 차질을 빚지 않고 있다.
삼립식품은 이번 부도가 자체 문제로 비롯된 게 아니라 계열사 차입금에 대한 지급보증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법정관리만 받아들여지면 자력으로 충분히 회생할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립식품은 또 부도의 주원인인 계열사 삼립개발의 매각을 추진중이다. 이것이 성사될 경우 경영정상화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문병언>
◎한보철강/열연·철근공장 생산감축 재고량 줄여/내달 공개입찰 통해 제3자인수 추진
한보철강은 지난 2월4일 손근석 사장(전 포스코개발회장)을 비롯한 재산보전관리인단이 현장에 내려간 뒤 「회사 살리기」에 주력, 경영정상화의 틀은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95년 완공된 A지구(열연강판 철근)는 정상조업을 달성했으며 B지구(코렉스 등) 건설도 채권은행단의 추가자금 지원결정에 이은 설비진단과 경제성 분석을 거쳐 재개될 움직임이다.
한보는 보전관리에 들어간 이후 조업률향상 조치에 따라 지난 3월20일, 부도 45일만에 A지구 봉강 및 열연공장의 정상가동에 들어갔다. 수출을 다시 시작했으며 국내판매에도 주력, 부도당시 33만톤에 이르던 재고가 현재 12만5천톤으로 크게 줄어 적정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자금난은 여전하다. 한보는 지난 2일부터 열연공장 및 철근공장의 조업을 절반으로 단축했다. 이는 채권은행단의 자금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충분한 원료(고철)를 확보하지 못한데 따른 것.
한보 관계자는 『부도 이후 채권은행단이 당진제철소 조업정상화를 위해 지원키로 했던 1천억원 가운데 현재까지 실제 지원된 금액은 8백50여억원에 불과하다』며 『적기에 자금이 공급되지 않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보철강은 채권은행단측에 인수기업 물색 및 인수희망 기업과의 매각협상을 촉구하고 있으며 오는 7월초 공개입찰을 통해 제3자 매각이 추진될 예정이다.<한상복>
◎대농/계열사 정리 등 발빠른 자구노력 효과/금융권 어음·자금상환 압박 「걸림돌」로
부도방지협약 대상인 대농그룹(회장 박영일)은 예상보다 빠르게 자구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대농이 부도방지협약 대상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주력 4개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17개 가운데 4개회사가 매각됐고, 부동산도 1건이 팔렸다. 대농은 정리대상 계열사 가운데 국내 최대 패밀리레스토랑인 「코코스」를 운영업체인 미도파푸드시스템을 성원그룹에 8백30억원에 매각했다. 대농계열사 가운데 알짜를 매각, 자구 실천의지를 보여 준셈이다. 이에 앞서 대농유화를 2백50억원에 (주)용산에, 대농창투를 69억원에 종근당에 각각 넘겼다. 또 신갈그룹연수원도 하나은행에 1백10억원에 팔았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대농이 자구노력으로 조달한 자금은 모두 1천3백43억원에 달한다.
대농은 이같이 빠른 자구노력은 부도방지협약 대상기업 신청이전이전부터 점진적인 구조조정작업에 돌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자구노력으로 조성한 자금은 대농이 몰락하게 된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던 미도파 M&A사건 당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쏟아부은 자금 1천2백88억원보다 다소 많다.
문제는 한보사태 이후 나타난 금융권의 자금상환 압박. 부실징후가 보이면 빚독촉을 하는 제2금융 여신만도 8천억원을 넘고 있다.
박상철 기조실장은 『금융권이 한꺼번에 어음결제를 돌리지 않고, 또 이자를 물린다는 조건으로 상환시기를 연장해주던 예전의 금융관행이 회복된다면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나머지 계열사를 전량 매각하고 관악컨트리클럽 등 보유부동산도 처분할 경우 6천억원의 자금이 추가로 조달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권구찬>
◎한신공영/4개 백화점·5곳 건축사업권 매각 총력/남은 공사물량 2조4,000억 “회생” 자신
지난 3일 최종부도처리된 한신공영의 부채총액은 1조9백89억원.
한신은 적극적인 자구노력으로 회생을 꾀하고 있다. 우선 서울 노원점을 비롯한 광명·성남·대전 등 4개의 백화점 매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서초구 잠원동의 본사 사옥과 광주 두암동 백화점 부지, 김해 장유·용인 영덕 등 2개 아파트부지 및 현재 재건축사업을 추진중인 5개 지구의 사업권을 매각, 총 4천6백여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지난 3년간 수주한 공사의 총액이 3조원에 이르는데다 이가운데 아직 공사물량이 2조4천억원이나 남아있어 공사가 계속 진행된다면 정상화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한신측은 자신하고 있다. 김태형 회장도 경영권을 고집하기 보다는 회사를 우선 살리겠다고 천명, 회사 관계자들은 다른 기업과는 달리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과 큰 마찰없이 경영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 매각이 제대로 이루어지느냐다.
매각대상 재산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백화점의 경우 기존 유통업체와 신규유통업 진출을 추진중인 업체들이 매수의사를 나타내고는 있지만 매각금액 등에 대한 이견으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1천3백억원에 달하는 재건축사업권 역시 최근 건설업체들이 수익성이 낮아 재건축사업을 자제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인수업체가 선뜻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란게 중론이다.<정두환>
◎삼미특수강/창원·울산공장 등 조업 정상화에 주력/유통망 재정비 “올 350억 이익” 도전
「보라! 삼미의 재기, 가자! 경영정상화로」
삼미특수강 창원공장 곳곳에 걸려있는 현수막에 쓰여진 글이다. 이 회사는 전임직원이 회사 살리기에 총력을 다하기로 결의, 최근 이같은 슬로건을 내걸고 권토중래를 다짐하고 있다. 지난 3월 법정관리 신청과 함께 부도가 난 삼미는 빠른 속도로 조업에 정상을 되찾고 있으며 조만간 풀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산 20만톤 규모인 창원공장은 부도로 조업이 중단된지 한달만인 지난 4월22일 종업원들이 두달치 월급과 상여금(40억원)을 자진 반납, 원료를 구입해 가동에 들어간 뒤 현재 월 1만2천톤씩 스테인리스 냉연강판을 생산, 80%이상의 조업률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창원공장이 생산량을 7월에 1만5천톤으로, 8월에는 1만8천톤으로 끌어 올려 부도이전 수준을 회복해 완전 정상가동될 것』이라고 말한다. 창원공장이 가동을 재개한데 이어 스테인리스 강판 표면가공을 위주로 생산하고 있는 연산 5만톤 규모의 울산공장도 이달 중순부터 다시 공장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삼미특수강은 현재 일본의 가와사키제철과 남아프리카의 컬럼비아사 등으로 부터 6개월분의 원자재(스테인리스 열연강판)를 확보한 상태며 전국 유통망이 재정비되는 대로 곧 바로 풀가동 체제에 돌입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삼미특수강은 올해 총 19만톤의 스테인리스 강판을 생산 3천5백억원의 매출을 올려 10%정도의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한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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