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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시스템 개조하자] 기본급 외 수당 32가지 … 직무평가 따른 성과급도 유명무실

1부. 법ㆍ질서체계부터 바로잡아라<br><1> 공무원 임금체계 전면 수술을


봉급 억누르자 수당 늘려 임금의 최고 40%
업무 꼴찌등급 포함 90%가 성과급 받아
영국·캐나다처럼 임금결정 독립기구 도입



2009년과 2010년 정부는 공무원 임금을 동결했다. 금융위기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공직자들이 나서서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였다. 위기가 아니라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민간보다 높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봉급(기본급)에 한정된 이야기다.

공무원은 봉급 이외에도 최대 32가지에 달하는 수당을 받는데 이것도 사실상 기본급화하고 있다. 봉급에 대한 기계적인 통제가 가해지자 슬쩍 수당을 끼워 넣어 임금을 현실화하는 관행이 오랜 기간 굳어진 결과다. 이 같은 수당은 소속 부처나 직급ㆍ직위 등에 따라 임금의 최고 40%대에 달한다고 전해진다.

◇보조임금이 된 수당…성과상여금은 눈먼 돈=소득세 등을 물지 않는 직급보조비(월 7만~75만원)부터 월 봉급의 50%씩 연간 두 번씩 지급하는 정근수당, 기준금의 최고 230%까지 지급하는 성과상여금, 11종이나 달하는 특수업무수당 등도 포함돼 있다.

성과상여금의 경우 업무실적 등에 따라 4등급(S등급, A~C등급)으로 차별화해 지급하는데 이것 역시 말이 성과수당이지 사실상 기본급처럼 지급한다. 성과를 평가하는 직무평가를 허술하게 하는 탓이다. 한 중앙부처 간부는 "정부 지침상 직무평가에서 (최하위인) C등급을 받으면 성과급을 한 푼도 못 받지만 공무원의 90% 가까운 인원이 B등급 이상이므로 거의 대부분 성과급을 기본급처럼 받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처의 한 관계자는 "어떤 부처는 정부 가이드라인과 달리 꼴찌등급(C등급)에도 성과급을 주기도 했다"며 "C등급을 두 번 이상 받으면 고위공무원 승진길이 막히기 때문에 업무성적이 좋지 않아도 인정상 B등급으로 주는 경우도 적잖다"고 전했다.

◇수당체계 단순화하는 게 해법=기형적인 수당, 특히 성과급 체계는 기계적으로 억누르는 공무원 임금체계가 가져온 부조리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복잡다단한 수당체계를 단순 체계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당 중 사실상 봉급 성격인 항목들은 기본급으로 흡수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성과급은 우수인재를 육성ㆍ유치할 수 있도록 상위등급에 대해서는 파격적으로 높이되 직무평가 등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공무원 임금 수준을 정부가 중앙집권적ㆍ기계적ㆍ일방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독립기구를 통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금 결정의 독립기구화도 대안=준합의제적 독립기구를 통한 합리적 임금 결정의 모범사례로 영국ㆍ캐나다ㆍ네덜란드 등이 꼽힌다. 이들은 정부ㆍ공공 노조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제3의 독립적 기구를 통해 공공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을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채준호 전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영국은 독립적 기구에 의한 공공임금 결정 체계를 가장 잘 발달시킨 사례"라며 "이를 통해 예산 절감과 성과 중심의 공무원 처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고 전했다.

공무원 성과급 체계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사례로는 싱가포르가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싱가포르는 공복에 대한 파격적 대우로 우수인재를 확보해 높은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고 공직부패 없는 청렴 정부를 정착시켰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직시절 "공무원이 되려거든 싱가포르에서 태어나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싱가포르의 공직자 급여는 하위직의 경우 일반적인 민간기업 연봉을 밑돌지만 간부급으로 승진하면 억대 연봉을 받는다. 보통 30대 초ㆍ중반 연령대의 주요 간부급인 슈퍼스케일 등급이라면 연간 30만달러대를 받는다. 차관급인 'M48' 등급 연봉은 100만달러대에 진입한다. 더구나 '스티브 잡스'급의 초엘리트 공직자 등급인 특수공무원(Adstrative Service)에 대한 처우 수준은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공직자의 숫자가 6만여명에 불과한 도시국가와 100만명대의 우리는 재정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직접 비교하기 쉽지 않다. 다만 박근혜 정부가 한 사람의 인재가 한 나라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창조경제'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민간뿐 아니라 공직에서도 핵심 인재 유치를 위한 특단의 보수체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요 회원국들은 20년 전부터 공직자들의 보수체계를 호봉ㆍ직위 중심에서 성과 중심 체계로 수술해오고 있다. 심지어 중국마저 싱가포르의 공무원 성과보수 체계를 관심 있게 벤치마킹하고 있다.

아울러 성과주의 임금체계 마련을 위해서는 중ㆍ장기적으로 승진인사 시스템까지도 수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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