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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참여 안하고 물량 소화 못하고… 회사채 발행 시장 이상신호


한국ㆍ무림캐피탈ㆍ동부건설 등 흥행 참패

주관사 경쟁 과열에 금리 인하 과도

최근 들어 회사채 발행시장에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일부 회사채의 경우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고 설령 발행을 하더라도 물량이 소화되지 못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캐피탈과 무림캐피탈은 지난달 30~31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특히 한국캐피탈은 지난달 초 국내 발행사 가운데 처음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해 당초 모집 예정금액인 700억원이 전량 시장에 소화됐고 1년6개월물의 경우 발행금리가 희망금리밴드 하단에서 결정되면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한달 전까지만 해도 4.80~4.90%였던 2년물 금리 밴드가 4.65~4.75%로 낮아지는 등 금리가 크게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차갑게 식었다.

한국캐피탈과 무림캐피탈 외에도 지난달 수요예측을 실시한 기업들 가운데선 코오롱글로벌과 동부건설 역시 흥행에 참패했고 현대백화점, LG실트론, 한진해운 등도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서 모두 신청물량이 미달하면서 주관사가 잔여 물량을 떠안았다.

한진해운과 한진중공업은 지난달 30일과 31일 하루 간격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한진중공업에는 발행물량(2,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4,100억원이 신청된 반면 한진해운은 발행물량 3,500억원 중 1,800억원어치만 신청됐다. 정태영 한국투자증권 채권영업부 대리는 “시중에 자금은 넘치고 고금리 회사채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지만 회사와 업종 리스크를 반영하지 못한 금리 수준 때문에 주저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조선ㆍ건설ㆍ해운사라도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한 금리로 발행된다면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들이 외면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회사채 투자 열기가 여전한데도 일부 회사채들이 발행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원인을 과도하게 낮은 금리에서 찾았다. 금융 감독 당국이 ‘금리녹이기’와 ‘물량주고받기(바터)’ 등 불공정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수요예측 전 대표 주관사 계약과 수요예측을 통한 발행금리 결정 등을 의무화했지만 낮은 금리로 물량을 따내려는 증권사들의 과당 경쟁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채권인수 업무 담당자는 “이번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참패한 한진해운의 경우 펀더멘털 변화가 없는데도 넉달 전 금리에 비해 1%포인트나 낮은 금리밴드를 제시했다”며 “일부 증권사들이 대표 주관사 계약을 따내기 위해 지나치게 낮은 금리밴드를 제시하며 물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이 비싼 가격(낮은 금리)에 떠안은 회사채 물량을 싼 가격에 유통시장에 팔아 손해를 보는 것을 두고 과거 금리 녹이기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내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표주관실적을 쌓기 위해 발행 금리에 수수료를 녹이는 것이나 채권 인수 후 손해를 보고 파는 현재 상황이나 증권사들로서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발행금리 수준이 계속 낮아지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증권사 채권판매부서다. 한 대형증권사의 채권 판매 담당 직원은 “투자은행(IB) 부서에서는 물량을 따내기 위해 무리하게 낮은 금리로 입찰에 참여하고 결국 떠안은 물량을 리테일에 판매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판매부서”라며 “최근 터무니 없는 금리에 발행된 회사채를 떠안으면서 고객들에게 팔 수도 없고 그대로 떠안을 수도 없는 처지에 놓였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코오롱글로벌과 동부건설 등 일부 건설ㆍ해운사들이 기관 투자자 위주의 발행시장에서는 흥행에 참패했지만 이들 물량은 본래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종목으로 개인들이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빚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김광조 동양증권 FICC Products팀 대리 “코오롱글로벌은 수요예측 당시 전문투자자들의 참여가 전무했지만 대표주관사와 인수단이 전 물량을 인수해 리테일에서 거의 전량을 소화했다”며 “기관투자가들이 금리 조건이 좋은 우량기업, 건설ㆍ해운 업종 가운데서도 A+ 등급 이상의 회사채에 주로 투자한다면 개인투자자들은 고금리 건설ㆍ해운 업종을 선호하기 때문에 금리가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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