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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실패의 교훈

鄭泰成(언론인)화살이 왼 눈에 꽂히자 소년은 재빨리 손을 들어 오른 눈을 가렸다. 제2의 화살에 대비, 성한 눈을 보호하려 했노라고 소년은 답했다. 시시한 검객소설에 나오는 한 장면에 불과하지만 지금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소년의 지혜에도 훨씬 못미치는 짓거리가 너무나도 많다. 화살 맞은 왼 눈을 감싸고 비명을 지를 뿐 성한 오른 눈은 무방비로 내버려 두고 있다. 화성 씨랜드 참사사건이 그런 예이다. 인허가를 둘러싼 검은 거래를 캐는데에만 열중하고 있다. 책임지워 형무소에 보낼 사람을 색출하기만하면 일은 끝난다는 식이다. 전국 도처에 산재해 있는 수련원 중 제2의 씨랜드가 숨어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일제점검을 실시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없다. 성수대교가 붕괴했을 때도 한참 지난 다음에야 한강 다리의 일제점검이 실시됐는데 이번엔 그런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때는 바야흐로 방학철, 아무리 말려봐야 학생들의 수련원행은 줄을 잇는다. 무슨 위험이 어디에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 없는데도 말이다. 이미 화살이 꽂힌 왼 눈을 버려두고 성한 오른 눈을 보호하는 것은 곧 과거의 실패를 최소화하면서 미래의 실패를 예방하자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보면 삼성자동차의 처리를 에워싸고 최근 열띄게 전개되고 있는 시비 가운데서 많은 부분은 미래의 실패를 예방하는 것이라기보다 미래의 실패를 예비하는 내용의 것들이다. 살릴 수 없는 것을 살려야한다고 우기는 일이나 과거 실패의 책임만을 따지면서 부채처리를 천연하는 시비가 그런 것들이다. 살릴 수 있는 것을 왜 죽이겠는가, 살릴 자신과 책임질 용의가 있다면 정부든 은행이든 혹은 그 지역 주민단체든 나서서 떠맡으면 된다. 말릴 사람은 없다. 자기는 나서지 않으면서 남더러 살려내라고 말하는 것은 억지이다. 부채처리 문제도 그 책임의 무게가 누구에게 더 있든 미루면 미룰수록 더 어려워지고 종내에 더큰 국민부담으로 귀착된다. 이미 저질러진 실패임으로 그 처리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에 초점이 모아져야 하지 이것도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고 길을 완전히 막아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 책임은 나중에 물어도 된다. 실패로부터 교훈을 배우는 자는 같은 실패를 두번 되풀이하지 않는 데 비단 삼성자동차의 경우뿐 아니라 우리는 실패를 처리하는 데에 익숙치 못하며 따라서 교훈도 얻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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