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은 특별하다. 고전적이면서도 혁신적이다. 음악과 연기 그리고 무대장치가 하나가 되어 새로운 판타지를 선사한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막을 올린 이번 공연은 1900년대 초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하지만 과거가 아니다. 오히려 완벽하게 현대적으로 부활시켰다. 막이 오르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펼쳐지는 장면은 마치 르느와르, 마네 등 낭만주의 시대의 그림이 움직이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로 환상적이다. 의상과 등장 인물들의 연기는 그림의 구도와 색채감의 조화를 만날 수 있다. 그렇다고 2차원적인 그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크리스틴과 라울이 극장 옥상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은 초 현대적으로 ‘반지의 제왕’,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3차원 그래픽을 보는 듯하다. 극장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며 극장주를 위협하는 팬텀의 목소리가 객석 곳곳에서 들릴 때는 100여년 전 파리 오페라극장에 앉아있는 듯 한 착각에 빠진다. 배우들의 노래는 다른 뮤지컬처럼 대사전달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또 다른 악기가 되어 기승전결이 있는 교향곡을 듣는 듯 하다. 이 작품이 20여년간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데는 탄탄한 줄거리도 한 몫 한다. 시시콜콜한 일상을 무대에 올린 흥행위주의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달리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 삶과 죽음 등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을 건드린다. 1910년 발표된 프랑스 추리소설가 가스통루르의 동명 소설을 충실하게 따르되 처음과 마지막 부분이 다르다. 선천적인 기형으로 천재이면서도 오페라극장 지하 깊숙이 숨어살 수 밖에 없는 에릭(팬텀의 이름)이 오페라 가수 크리스틴을 짝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추리소설로 ‘미녀와 야수’의 원형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원작에서는 마지막에 라울과 유령 모두 죽지만 뮤지컬에서는 크리스틴과 라울은 사랑을 이루고 유령도 극장 어디인가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 같은 여운을 남긴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 9월1일까지.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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