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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하다 주도권 놓친다" 글로벌 성과에 사활 의지

■ 이해진 의장 네이버 국내사업서 손 뗀다<br>NHN 분할 이전부터 계획<br>라인 가파른 성장세에도<br>내부 위기감 커지자 결단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전격적으로 국내사업에서 손을 떼고 해외사업을 전담하겠다고 나선 것은 글로벌 무대에서의 성과가 향후 네이버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시장에만 안주해서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에 주도권을 내줄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지난 8월 NHN의 분할을 결정하기 이전부터 일찌감치 국내 경영에서 물러날 결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NHN 시절에는 김상헌 대표이사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이해진 의장이 최고전략책임자(CSO),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이사회 의장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담당하는 이른바 '3자 구도'였지만 NHN 분할 이후 탄생한 네이버는 서비스1본부장과 서비스2본부장, 검색본부장을 주축으로 하는 '3본부장 체제'로 전격 전환됐다. 이해진 의장이 이준호 의장과 결별을 선언하고 성공적으로 본부장 체제로 조직을 개편하면서 네이버 CSO 자리를 둘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최근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누적 가입자 3억명을 앞두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네이버 내부적으로는 위기감이 팽배한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의장은 지난 7월 라인이 글로벌 누적 가입자 2억명을 돌파하자 사내 강연에서 "기업을 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소프트웨어로 글로벌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만약 지금이 불가능하다면 징검다리 역할을 맡아 후배들의 발판이 되어서라도 계속 도전하겠다"며 해외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20여년 남짓한 우리나라의 IT 역사에서 그간 국내 이동통신 3사를 비롯해 안랩, 티맥스소프트 등 수많은 기업이 해외 무대를 두드렸지만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는 점이 이 의장의 결단을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라인을 앞세운 네이버가 글로벌 IT 업계의 차세대 격전지로 꼽히는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긴 하지만 최근 들어 시장의 지형도는 급격히 뒤바뀌고 있다.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의 '위챗(웨이신)'은 올들어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를 집중 공략하면서 가입자 4억6,000만명을 확보했고 미국 '왓츠앱' 역시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며 라인을 압박하고 있다. '카카오톡' 역시 '국내용 메신저'라는 오명을 딛고 최근 잇따라 해외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등 네이버는 대내외적인 견제에 놓인 상황이다.

국내 시장도 전망이 불확실하다. 네이버는 기존 PC 시대에서 70%를 웃도는 검색 점유율을 자랑하며 '포털 최강자'로 불렸지만 모바일 시대를 맞아 위상이 하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앱 순위 100위권에서 네이버는 자회사 캠프모바일을 비롯해 단 4개의 앱만 이름을 올렸다. 반면 삼성전자와 구글, 카카오 등이 상위권에 대거 포함돼 IT 기업의 영역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글로벌 기업의 무차별적인 공세로 검색, 동영상 등 핵심 서비스의 점유율도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네이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미투데이는 지난 2009년까지만 해도 300만명의 순방문자수를 기록하며 200만명의 트위터를 앞섰지만 이용자수가 제자리에 맴돌면서 올해 초 500만명을 넘어선 트위터에 자리를 내줬다. 일각에서는 이 의장의 이번 결정이 장기적으로 네이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 위한 수순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음의 이재웅 전 대표를 비롯해 안랩 안철수 전 의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고 카카오 김범수 의장과 그래텍 배인식 의장이 전문경영인에게 사업을 맡기고 2선으로 물러난 것과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의장이 국내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은 결국 해외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네이버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네이버의 경영 전반에서 물러나겠다는 수순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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