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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무너질 수 없는 영원한 안식처

■ 가족 (이창래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펴냄)<BR>현대인의 고독, 해답은 가족


가족, 무너질 수 없는 영원한 안식처 ■ 가족 (이창래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펴냄)현대인의 고독, 해답은 가족 현대 사회에서 가족은 점점 이방인이 되어 간다. 심지어 이방인보다 더 소원한 관계로 변질되기도 한다. 재미 교포작가 이창래씨의 소설 ‘가족’은 이처럼 낯설어져 가는 현대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발표된 소설의 원제목은 ‘Aloft’지만 국내에 번역되면서 ‘가족’으로 바뀌었다. ‘Aloft’는 ‘하늘 높이’ ‘천국에’라는 뜻이다. 책은 예순을 코 앞에 둔 이탈리아계 미국인 제리 배틀이 경비행기를 몰고 뉴욕의 롱아일랜드를 ‘하늘 높이(aloft)’ 떠오르며 시작한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조경업을 다시 아들에게 대물림한 주인공 제리 배틀은 은퇴 후 경비행기 모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고 있다. 적당히 부유하고 적당히 여유로운 그의 삶은 그래서 남부러울 것 없고, 하늘에서 내려다본 세상처럼 지극히 평온하다. 하지만 그는 가족과 의사소통이 단절된 소외된 존재라는 이중성을 띠고 있다. 새로 구입한 소형 세스나기에 몸을 싣고 하늘을 나는 안락한 제리 배틀의 삶은 아들 잭이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가업을 위험으로 몰아넣고, 결혼하기도 전에 임신한 딸 테레사가 비호지킨 림프종이라는 중병에 걸리면서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한다. 아내와의 사별 후 만난 여자친구 리타 사이에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부인 데이지의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죽음의 기억은 그를 좀처럼 놓아주지 않는다. 급기야 양로원을 탈출한 그의 아버지가 쓰러지는 극한 상황까지 벌어진다. 이 같은 비극적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경비행기 조정과 새 애인 리타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지상을 떠난 비행은 결국 다시 착륙할 수 밖에 없는 운명. 딸 테레사는 아버지 제리와의 마지막 동반 비행에 오르고, 뿔뿔이 흩어져 위기를 맞고 있는 가족이 다시 제리의 집에 모여 함께 사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한다. 다시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부서져 버린 제리 일가는 결국 테레사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 현대 사회의 풍요로움 속에서 가족은 해체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지만 많은 아픔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해체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결말이다. 저자는 “세상이 부유해질수록 사람들은 점점 고립돼 소통부재의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지만 결국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가져야 하고 그 출발점과 종차역은 가족일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가족의 등장인물은 그의 전작 ‘영원한 이방인(Native Speaker)’, ‘제스처 라이프(A Gesture Life)’처럼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돼 있다. 주인공 제리 배틀은 이탈리아계며 제리의 부인 데이지는 한국계다. 그의 새 애인 리타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이며 사업을 물려받는 아들 잭의 아내는 독일인이고 문학을 공부하는 딸 테레사가 사랑하는 사람은 저자인 이창래씨를 꼭 빼다 닮은 한국계 소설가다. 등장 인물의 이처럼 다양한 인종적 특성은 이 소설의 주제가 이민자의 정체성을 다룬 그의 전작의 연속선에 놓여진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사실은 이민 사회인 미국의 전형성을 다루는 도구일 뿐이다. 그의 두 전작들이 미국사회 변방의 이방인 문제를 다뤘다면 이 책은 주류사회 내부에 있는 인간들의 소외와 극복의 과정을 묘사했다. 그래서 미국 비평가들은 그가 아시아계 미국작가에서 벗어나 미국 현대작가 대열에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이 소설을 ‘당신이 놓쳤을 수도 있는 훌륭한 책 6권’의 하나로 선정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게 하는 책이다. 홍병문 기자 hbm@sed.co.kr 입력시간 : 2005-05-0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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