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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 업무보고 ‘외화내빈’
입력2004-01-28 00:00:00
수정
2004.01.28 00:00:00
경제부 기자
재정경제부가 28일 내놓은 `2004년 연두 업무보고서`는 관료들이 계획성 보고서에서 어법(語法)을 얼마나 화려하게 구사하는지를 말해준다.
재경부 보고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기업하기 좋은 조세환경 구축`이다. 재경부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신규채용 1인당 100만원씩 세액을 감면해주는 특별세액공제제도
▲특별소비세 원칙적 폐지
▲연결납세제도ㆍ파트너십제도ㆍ톤세제도 개편 등을 제시했다. 모두가 기업경영환경에 큰 변화를 줄 정책들이다.
하지만 한걸음만 더 들어가 정책의 실효성을 따져보면 허점 투성이다. 고용확대를 위한 특별세액공제제도 법률안만 올 상반기 임시국회 제출일정이 확정돼 있을 뿐이다. 특소세 폐지와 연결납세제도ㆍ파트너십제도ㆍ톤세제도 도입 문제는 그야말로 검토단계일 뿐이다. 구체적인 추진일정조차 확실하지 않다.
시기를 묻는 질문에 한 당국자의 답은 “지금부터 연구한다”는 것이다. 특소세 폐지 역시 언제 국회에 올라갈지 기약할 수 없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특소세 폐지 문제는 지금부터 검토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 정기국회에 올리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결납세제도ㆍ톤세제도ㆍ파트너십제도 도입도 진척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말 그대로 `검토` 수준일 따름이다.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정책은 `검토`라는 용어로 피해가는 관료들의 오랜 습성이 이번 연두보고서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문제는 재경부의 `검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기업인이나 일반국민은 무엇인가를 기대한다는 점이다. 기대는 성취동기를 부여해 성과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일정도 잡히지 않고 구체적인 도상훈련도 거치지 않은 정책을 교묘하게 포장하는 일이 반복되면 기대는 불신으로 바뀌기 십상이다.
정책을 불신하는 국민은 불행하다. 정책에 대한 의구심은 정책 효용성 저하와 국가정책을 추진하는 데 불필요한 비용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말 잔치는 반복되지만 정작 기업의 경쟁력은 거꾸로 간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부가 줄기차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외쳐댄 반면 기업인들은 체감하지 못하겠다고 불만을 표시해온 것도 이런 식의 `발표 공화국` 후유증 때문일지 모른다.
<정승량 경제부 기자 s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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