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장기간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은 펀드 매니저들의 펀드가 좋은 수익을 내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맹목적으로 인기 펀드만 찾기보다는 안정적인 수익률로 실력을 증명하고 있는 떠오르는 펀드 매니저의 상품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조언한다.
1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중소형주 펀드인 '현대강소기업'의 연초 후 수익률(11일 기준)은 17.69%로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 527개(설정액 10억원 이상, 연금저축·퇴직연금펀드 제외) 중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1년 수익률은 27.04%, 2년 수익률은 48.32%로 벤치마크를 20%포인트 넘게 웃돌며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 펀드는 이강국 현대자산운용 매니저가 운용하고 있다. 이 매니저는 2002년 현대증권에 입사해 영업사원으로 출발한 뒤 2008년부터 현대운용에서 펀드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2011년부터 현대강소기업펀드 운용을 맡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강소기업펀드는 매출성장률이 연 20% 이상이고 저평가돼 있는 중소형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며 글로벌 경쟁력과 구조적 성장성을 보유한 강소기업을 적극 발굴해 편입한다. 특히 중소형주 변동성이 커지면 대형주 비중을 확대해 안정성을 높이는 게 특징이다. 기존 대표 중소형주펀드인 'KB중소형포커스'와 '삼성중소형FOCUS'의 설정액이 3,000억원 넘게 커져 운용하기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이 펀드는 꾸준한 수익률을 앞세워 틈새 상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강국 현대자산운용 매니저는 "설정액이 현재 130억원 수준인데 펀드를 운용하기 적정한 수준"이라며 "기본적으로 주가 상승 여력이 40% 이상인 종목을 담고 한 종목당 펀드 자산의 최소 2% 이상을 편입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치주 펀드 분야에서는 엄덕기 한국투자신탁운용 매니저가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엄 매니저가 운용하고 있는 '한국투자셀렉트배당' '한국투자중소밸류' '한국투자롱텀밸류'의 연초 후 수익률은 각각 12.41%, 12.10%, 12%로 모두 3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엄 매니저는 가치투자 전문 운용사로 유명한 한국밸류자산운용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전까지 대형주 펀드에 주력했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엄 매니저 영입을 통해 가치주 펀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엄 매니저는 "가치주 펀드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면 유동성 관리 및 종목 선정에 어려움이 있어 수익률을 관리하기 힘든데 현재 운용 중인 펀드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비교적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주를 적절히 편입해 시장과의 괴리율을 최소화한 뒤 남들이 잘 관심을 갖지 않는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해 초과 수익을 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목 발굴을 위해 엄 매니저가 이끌고 있는 한국운용 주식운용3팀은 연 200회 이상의 기업탐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 이후 주목을 받고 있는 헬스케어 펀드 분야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박택영 매니저가 주목받고 있다. 박 매니저는 지난해 4월부터 운용하는 '미래에셋한국헬스케어' 펀드의 연초 후 수익률은 18.94%로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전체 6위를 기록하고 있다. 박 매니저는 2007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입사한 후 '코리아컨슈머펀드' '한국헬스케어' 펀드 등을 운용하며 좋은 성적을 내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투자자들이 인기 매니저의 상품에 쏠리는 경향이 있는데 안정적인 수익률로 실력을 증명하는 매니저의 상품에도 주목할 것을 권고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인기를 끌었던 가치주펀드나 중소형주 펀드 규모가 커져 수익을 내기 다소 어려워졌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규모는 작지만 매니저들의 탁월한 종목 선정으로 꾸준한 수익을 창출하는 펀드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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