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2세들 거액 증여세 어떻게 내나

올들어 대기업 사주들의 주식증여가 크게 증가하면서 이를 받은 2세들이 거액의 증여세를 어떻게 조달해 내는지 관심사가 되고 있다.

특히 주식 증여의 경우 경영권 대물림을 목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증여받은 주식을 팔기 보다는 다른 자금으로 세금을 내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30∼40대인 이들이 어떻게 조달하는지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정몽근 회장, KCC 금강고려화학 정상영 명예회장 등 대기업 사주들이 올들어 주식을 대거 증여하면서 이들의 2세들이 냈거나 내야할 증여세가 많게는 수백억원대에 달하고 있다.

증여세는 최고세율이 50%이고 3개월간의 신고기간 안에 자진신고시 10%가량의 감면 혜택이 있어 거액 증여의 경우 증여액의 40% 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현대백화점 정 회장은 지난 4일 아들 정지선(32) 부회장에게 750억원 가량에 해당하는 백화점 주식 215만주(지분의 9.58%)를 증여, 정 부회장이 내야할 증여세가 3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증여로 현대백화점 주식을 15.72%로 늘려 최대주주로 부상한 정 부회장은주식을 팔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증여세를 낼 것으로 보인다.

KCC 금강고려화학 정 명예회장은 지난 4월 장남인 정몽진(44) 회장 등 아들 3명에게 모두 981억원에 해당하는 금강고려화학 주식 77만3천369주(7.35%)를 분산 증여했고 이 증여로 아들 정몽진 회장은 지분 17.62%로 늘려 KCC 최대주주가 됐다.

이 증여로 인한 정 명예회장의 세 아들의 증여세는 총 400억원대에 달하나 이들은 증여받은 지분은 처분하지 않아 역시 다른 방법으로 세금을 조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도 지난 8월 동부정밀화학 주식 91억원어치(128만8천400주)를 자녀인 남호.남주씨에게 넘겼고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도 아들인 김남구(41) 동원증권 사장에게 285억원어치의 동원금융지주 주식(433만주)을 증여했다.

현대백화점이나 KCC 관계자들은 사주 일가의 증여세 문제는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알 수 없지만 거액의 세금이니 만큼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또 2세들이 해당 회사나 다른 관계사 지분에서 나오는 배당금 등으로 모아둔 재산이나 현금이나 부동산 등 증여받은 다른 재산 등으로 확실한 절차를 거쳐세금을 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적게는 30대 초반에 불과한 이들이 거액의 세금을 어떻게 조달하는지는여전히 의문이어서 거액의 증여세를 낼 경우 이를 어떻게 조달했는지에 대한 추적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관련, 국세청 관계자는 "거액의 증여세에 대해서는 출처가 분명한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김현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