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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짐 체인지] <7·끝> 전문가 좌담

금리 등 모든 수단 동원 '심리적 경기부양' 나서야<br>일자리 6만개 이상 만들면 4%대 성장 회복 가능


김인철(가운데) 차기 한국경제학회장과 배상근(왼쪽)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소 경제연구본부장이 20일 서울 충무로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열린 '레짐체인지' 시리즈 좌담회에 참석해 환담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경제심리를 살리는 데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과감한 규제 개혁 통해 대기업 투자 유도 필요
시중은행 대출금리 낮춰 중기·가계 자금난 해소를
부동산 거래비용 줄여주고 DTI 상향 조정 적극 검토
외국인 국내서 소비하도록 유통시장 선진화 서둘러야


"정부가 정책수단이 없다고 그냥 내버려둔다면 제로 성장뿐 아니라 금세 마이너스 성장이 될 수 있어요. 경기를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시장에 던져주고 가능한 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합니다."

서울경제신문이 창간 52주년을 맞아 기획한 '레짐체인지' 시리즈를 마감하기 위해 20일 서울 충무로 사옥에서 개최한 좌담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학계와 재계 전문가들은 정부와 금융통화 당국이 경제성장률을 4% 이상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가용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올해 3.3%의 경제성장을 예상하고 내년 경제전망치도 3%대 후반으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는데 패널들은 3%대 성장은 고용 없는 성장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우리 경제가 4% 이상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패널들은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6만~12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4%대 성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패널들은 특히 기업과 가계의 경제심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가 자신감을 불어넣는 '심리적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융통화 당국이 추가 금리인하를 통해 중소기업과 가계의 자금난을 풀어줘야 한다고 패널들은 강조했다. 아울러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대기업들의 투자심리를 북돋워야 하며 외국인들이 내수시장에서 활발히 소비할 수 있도록 유통시장 선진화가 필요하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정부가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해 매매자들의 거래비용을 대폭 줄여줘야 하며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상향 조정하는 정책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회의에는 김인철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성균관대 교수),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사회=하반기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식는 분위기다. 하반기 경기전망을 어떻게 보나. 연간3% 성장은 가능할까.

▦유병규 본부장=예상보다 빠르게 경기흐름이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수출실적은 부진했다. 국내시장에서는 소비와 투자가 급속하게 냉각되고 있다. 3ㆍ4분기와 4ㆍ4분기도 딱히 나아질 것 같지 않다. 하반기에 경기대응을 잘 해야 겨우 3%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

▦김인철 교수=상반기에 우리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었다. 세계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투자를 유보한 거다. 예전 같으면 정책수단이 풍부해 정부가 경기를 살리겠다고 큰소리를 칠 수 있었을 텐데 요즘은 정부도 위축돼 있는 것 같다. 경제는 심리다. 우리 경제가 심리적으로 위축되지만 않으면 3%대 성장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배상근 본부장=김 교수와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표들을 보자. 지난달 13일 한은은 올해 우리 경제의 연간 성장률로 3.0%를 제시했다. 상반기에는 2.7%, 하반기에는 3.2% 성장을 예상했다. 그런데 열흘 만에 내놓은 2·4분기 속보치의 상반기 성장률은 2.6%다. 열흘 만에 0.1%포인트가 내려갔다. 이것만 봐도 올해 3% 성장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정책 당국에서는 3% 미만을 전망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3%대 성장은 요원하다. 상ㆍ하반기가 비슷한 성장률을 보이며 2.6%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본다.

▦사회=현상황은 경기침체인가 아니면 회복을 위해 잠시 바닥을 다지는 국면인가

▦김 교수=우리 정부가 올해 3%대 성장률을 전망하던데 예전 기준으로 보면 3%도 경기침체다. 현재 연간 신규 노동시장 투입인구가 40만~45만명 될 것이다. 그들을 흡수하려면 산술적으로 연간 7% 성장해야 한다. 산술적으로 성장률이 1%포인트 오르면 6만명의 일자리가 생긴다. 1년에 일자리를 6만개, 12만개 꾸준히 만들면 성장률은 따라오게 된다. 정책수단을 가진 관료들은 비록 틀리더라도 (경제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큰소리를 쳐야 한다.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가 정책수단을 별로 안 썼다. 성장률이 4%에서 3,2%로 떨어지는 것은 쉬우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것도 안 한다면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도 있다.

▦유 본부장=우리 경제가 연간 2% 내지 3% 성장한다는 것은 추가 고용확보가 더 이상 어렵다는 뜻이다. 김 교수 말씀처럼 성장률 1%포인트당 신규 고용인원을 6만명이라 가정하면 적어도 우리 경제가 6~7% 성장해야 한다. 그런데 2~3% 성장에 그친다면 우리 경제가 더 이상 신규 고용을 못하는 경제로 전락한다는 걸 의미한다. 정부는 현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회=연 4%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회복하려면 어떤 정책이 뒷받침돼야 하나.

▦배 본부장=정부의 거시경제정책 수단이 살아 있는지 의문이다. 금리정책은 이미 효과를 상실했고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재정정책은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해 쉽지 않다. 결국 투자, 그 중에서도 기업의 설비투자 부분에서 미시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

▦유 본부장=거시정책의 유효성은 약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금리인하의 경우 우리 경제가 돈이 없어 투자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저수지에 물은 가득 차 있는데 적재적소로 흘러가지 않아 투자가 안 되는 것이다. 금리인하로 통화량을 늘려도 설비투자 효과가 없고 그나마 효과가 있는 것은 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정도가 될 것이다.

재정지출의 승수효과도 예전처럼 크지 않다. 그렇다면 경제심리를 살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 경제가 위축돼 있는데 정부마저 경기진작이 어렵다고 하면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더 위축된다. 정치ㆍ사회적으로도 자유시장 여건을 압박하는 분위기 형성되면서 투자ㆍ소비심리가 얼어붙게 된다.

근본적으로 투자심리와 소비심리를 개선할 수 있는 심리적 부양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도 강조하듯이 기업의 투자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국내외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개선하고 외국인들도 국내에서 소비할 수 있는 유통시장 근대화가 필요하다. 새 정부는 물론 재정과 금리와 같은 거시경제정책도 해야겠으나 집권 초에는 경제심리를 확 끌어올려 국내경제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회=지금이 정부가 추경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보는가.

▦유 본부장=소규모 추경으로는 효과가 없다.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30조원 가까운 돈을 일시에 풀어 위기 국면을 빠져나와야 한다. 그런데 아직 그런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지금이 추경을 쓰는 적기라고 보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배 본부장=균형재정이나 재정건전성을 위해 여력을 비축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실현가능성을 따져보면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여야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추경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김 교수=추경을 통한 재정지출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금리 문제를 봐야 한다. 우리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3% 수준이다. 미국과 유럽ㆍ일본 등은 거의 제로금리 수준에 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주택담보대출을 할 때 높은 금리를 물린다. 전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이 개방돼 있는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은 제로나 저금리로 가는데 우리는 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 금리가 높고 심지어 비은행 금융사 중에서는 10% 넘는 금리도 나올까. 만약 금융기관이 우월적 지위를 갖고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있다면 이건 자유시장경제가 아니다. 정부가 이 부분만 고쳐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회=추경 편성 같은 재정확대 정책보다 시중은행의 금리인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인가.

▦김 교수=그렇다. 물론 억지로 낮추자는 게 아니다. 시중은행의 금리가 이상하게 높다면 왜 높은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 세계는 다 저금리인데 우리만 고금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뭔지, 제2금융권이 그렇게 높은 금리 장사를 할 수 있는 배경은 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이 말했듯이 재정확대 정책에 한계가 있다면 금융 쪽에서 잘못한 것은 없는지 점검해보자는 것이다.

▦배 본부장=김 교수 말씀에 동감한다. 금리 부문은 시중은행 금리가 낮아져서 숨통을 틔울 필요가 있다. 은행권 대출구조를 보면, 지난달 기준 가계대출이 457조8,000억원이고 기업대출이 586조5,000억원이다. 기업대출의 경우 상당액(456조4,000억원)이 중소기업 대출이다. 공교롭게도 가계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비슷하다. 대기업은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할 여력과 신용이 되기 때문에 은행권 대출이 많지 않다. 이는 금리를 낮추면 수혜자는 대기업이 아니라 일반서민과 중소기업이 된다는 의미다. 재정정책에 너무 관심이 쏠려 있는데 추가 금리인하를 통한 중소기업과 가계의 자금난을 풀어줄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사회=부동산경기 침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유 본부장=부동산과 가계부채는 긴밀하게 접합돼 있다. 부동산 값이 계속 떨어지면 금융부실 문제까지 연결될 것이다. 부동산 매매가 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지금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건 거래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배 본부장=상당수 주택보유자가 대출이자 부담을 과도하게 지고 있음에도 앞으로 부동산 값이 오를지 내릴지 확신하지 못해 집을 팔지, 아니면 계속 (집을 보유하면서) 이자를 갚을지 선택을 망설이고 있다. 정부가 이 같은 판단 문제에 대해 분명한 (방향을 제시해) 시그널을 줘야 한다.

또한 일자리 창출이나 소득증대를 통해 가계부채 증가율보다 더 높은 소득을 올리게 해 가계가 주택담보대출 이자부담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정공법이다.

▦김 교수=지금은 당장 집값이 떨어지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앞으로 다시 오를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어설프게 가격에 개입하면 나중에 더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주택담보대출 등의 이자를 과도하게 지우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한 총부채상환비율(DTI)이 현재 너무 엄격하다. DTI 비율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어렵더라도 DTI 비율은 풀 필요가 있다.

▦사회=새누리당의 대통령 경선후보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뽑혔다. 야권 대선주자도 앞으로 결정될 것이다. 정권교체 시기의 경제정책은 어떻게 가야 하나.

▦유 본부장=한국경제에 내재된 창조적 DNA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정치ㆍ사회적 여건을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앞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면 기존의 경제 시스템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새로운 경제활력을 이룰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배 본부장=이번 대선주자들에게는 성장이라는 단어가 실종돼 있다. 어딜 봐도 성장이 없다. 나눌 것을 만드는 것에 대한 언급이 없다. 성장이 중요하고 이 부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정책도 제대로 나올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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