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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해소 감리면제, 집단소송 유예 문제없나
입력2004-12-12 09:31:52
수정
2004.12.12 09:31:52
정부가 향후 3년간 전기오류 수정 방식으로 과거분식을 해소하는 기업들에게 감리를 실시하지 않기로 한 것은 회계 클린화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집단소송법이 공포된 올해 1월20일 이전의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3년간 이 법률 적용을 유예하하는 조치를 취하더라도 이 기간에 기업들이 민형사상 처벌과 손해배상 등을 우려해 분식을 해소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사실상 노출된 범법행위에 대해 당국이 대응을 하지 않는것이어서 적지 않은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분식해소기업 감리 왜 면제해주나
기업들이 과거의 분식을 해소하는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은 전기오류를 수정하는 방식이다. 전기오류 수정이란 과거에 공표한 대차대조표에 분식이 있었으며 이번에 이를 수정한다고 재무제표를 통해 공표하는 것이다.
물론, 전기오류 수정 방식이 아니라 재고재산 재평가, 감가상각비 계상 조정 등으로도 분식을 어느 정도는 해소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계열사간 거래내역을 조작했거나 없었던 손익이나 매출을 있었던 것으로처리하거나 규모가 큰 부채를 감추는 등의 대형 분식이 있었을 경우 전기오류 수정방식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또다른 분식처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기업들이 전기오류 수정을 통해 분식을 해소할 경우 이는 국내외에 과거의 범법행위를 공표하는 것인 만큼 주주 뿐아니라 검찰, 금감원 등 사법.감독당국과시민단체 등의 주목대상으로 부상한다는데 있다.
미국의 경우 전기오류 수정이 나오면 집단소송의 주요 타깃이 될 뿐 아니라 증시 감독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주목을 받게 된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전기오류 수정이 과거 부정행위를 추적하는 중요한 통로로 부각되지는 않았다. 전기오류 수정의 내용이 대부분 회계상의 착오이거나 그 죄질이심각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3년간 집단소송제 적용에서 빼주고 이 기간에 분식을 해소하라고할 경우 비교적 덩치가 큰 분식회계가 쏟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오류 수정을 근거로 감리에 들어갈 경우 해당 기업은 최고 2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은 물론, 임원들이 해임될 수 있으며 검찰에 고발 또는 통보되면서 형사처벌까지 받을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재무제표에 대한 CEO인증제 등으로 인해 회사의 최고경영자 등이 개인재산으로 배상을 해야 하는 문제까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전기오류 수정이 감독.수사당국의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기업들이 이 방식으로 분식을 해소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개인과 회사가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정부와 감독당국은 오랫동안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왔으며 결국 전기오류 수정을 단서로 삼아 감리를 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원칙에집착할 경우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감리면제, 집단소송법 유예 문제점은 없나
수사.감독당국이 범법행위의 단서가 분명히 나왔는데도 이를 수수방관한다면 직무유기에 해당된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들의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해당 법률과 기준 등을 엄격히 적용해 처벌하면서도 기업들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는 법질서가 흔들리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즉, 이런 조치들은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증권거래법, 민.형법, 감독규정, 증권거래소.코스닥 규정, 재무제표 CEO 인증제 등과 충돌되는 문제가 있다.
더욱이 현재 금융감독원의 감리는 수사당국의 의뢰나 이해관계자들의 고발 등에의해 이뤄지기도 하지만 증권거래소.코스닥 상장기업 1천500여개 업체 가운데 매년20-30%씩 무작위로 추출하는 표본감리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전기오류를 수정한기업들의 경우 표본감리 대상에서도 제외해주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는 “감리를 사면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하고“집단소송제를 유예하는 것 자체가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월20일 집단소송법 공표이전에 이뤄진 분식회계를 앞으로 3년간 유예해주는 것 자체가 실효성이 없다는 참여연대의 주장도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집단소송제가 도입된다고 예고했는데도 불구하고 해소되지 않은 과거분식이 앞으로 3년간 유예기간을 준다고 해서 해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집단소송법은 지난 2000년 10월께 진념 당시 재경부 장관이 발표했고 지난 2001년 12월에는 당정협의회를 통해 공표됐을 뿐 아니라 지난해말 국회를 통과해 이미 1년간의 유예기간을 줬는데, 추가로 시간을 더 준다는 것은 이 법률 시행시기를 연장하는 의미 외에는 별다른 효解?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분식회계가 탈세나, 횡령 등으로 연결돼 있거나 죄질이 심각해 사회문제로 부상하는 경우 등에는 수사.감독당국이 수사.조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정부의 집단소송법 유예와 감리 면제조치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전기오류 수정을 근거로 감리에 들어가지 않지만 죄질이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조사 착수와 법적 조치 등은 불가피하다”고지적하고 “일반 범죄의 경우에도 자수를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정상참작이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죄질이 무거운 범죄를 없었던 것으로 봐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형 기업들도 분식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이들 기업이 과거 분식을 스스로 인정하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전하고 “따라서 전기오류 수정 등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욱이 내년부터 전기오류 수정을 공표하는 기업들의 주가는 사안에 따라 급락하는 등 증시의 혼란도 우려될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주가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손실을 해결해주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집단소송법이 아닌 기존의 법률로도 주주들은 소송을 제기해 피해를 보상받을수 있으나 그 절차와 요건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현실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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