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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4분기 72만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해 개장 6년 만에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목표치(62만TEU)를 훌쩍 뛰어넘었어요."(박삼묵 한진해운 부산 신항만 부장)
지난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한진해운 신항만. 여의도 4분의 1면적에 달하는 69만6,300㎡(약 21만평) 부지 야드를 빼곡히 채운 색색의 컨테이너 위로 수십 여대의 대형 크레인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유럽과 싱가포르, 중국을 거쳐 전날 자정 도착한 1만3,1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한진 수호호'가 가져온 화물을 내리는 동시에 다시 유럽으로 보낼 컨테이너를 싣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붉은 빛깔의 초대형 갠트리 크레인 7대가 수호호에서 야드로 컨테이너를 옮기고 다시 노란색 야드 크레인 42대가 이 화물을 각각의 트레일러에 싣는 과정은 일사불란했다. 흥미로운 점은 육중한 야드 크레인이 사람 없이 움직인다는 것. 박 부장은 "크레인이 컨테이너 정보를 자동 인식해 해당 트레일러에 알아서 싣는다"며 "선박 정박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밤중에도 무인 크레인이 다음날 들어올 배에 실을 컨테이너를 미리 빼놓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첨단 시스템 덕에 한진해운 신항만은 시간당 32~34개의 컨테이너를 하역, 세계 최고 수준의 속도를 자랑한다. 올 1·4분기 컨테이너 처리량이 전년동기(58만TEU) 대비 23.9% 늘어난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둔 데는 물동량 증가와 더불어 탄탄한 기반 시설도 한 몫 했다.
고무적인 점은 부가가치가 높은 환적(화물이 배를 갈아타는 것) 화물이 급증세라는 점이다.
전체 화물 가운데 환적 비율은 2012년 53.0%, 2013년 54.2%를 기록한 뒤 지난해에는 전체 화물(251만TEU)의 57.1%를 차지했다. 뛰어난 화물 처리 시스템이 환승지로서의 매력을 높인 셈이다.
분주한 신항만의 모습을 바라보며 장기 불황을 겪어온 한진해운도 재기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운임 하락으로 재무구조가 악화한 한진해운은 2013년말 1조9,700억원대 자구안을 내놓은 뒤 벌크 전용선과 터미널 지분 매각 등으로 1조9,000억원을 마련, 계획을 대부분 실행했다. 여기에 노선 개편과 대형·고효율 선박 도입으로 수익성을 높여 올 1·4분기 1,200억원대 영업이익(증권사 추정)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눈부신 성과다. 미국 서부 항만 적체로 미주 노선 운임 인상이 예상되는 점도 호재다. 한진해운의 한 관계자는 "매년 4월 1년치(5월~다음 해 4월) 운임을 정하는데 수요가 많아 오를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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