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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거래소 "아시아 잡아라"

정체된 선진시장 벗어나 새 수익원 창출

유럽 최대 '도이체뵈르제' 싱가포르에 청산소 설치

ICE·TCX 등 주요 거래소도 활발한 M&A로 영향력 확대

유럽 최대 거래소인 도이체뵈르제가 싱가포르에 청산소를 설치한다.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아시아 자본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주요 글로벌 거래소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레토 프란치오니 도이체뵈르제 회장은 20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 설치할 청산소는 전략적 잠재가치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우리의 목표는 아시아 자본시장 전체의 구조적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부터 외신에 알려진 도이체뵈르제의 아시아 청산소 건립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최근 글로벌 주요 거래소들은 싱가포르 등 아시아 금융허브에서 인수합병(M&A)을 활발히 진행하며 역내 자본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도이체뵈르제는 올 초 자회사 유럽에너지거래소(EEX)를 통해 싱가포르의 선물·파생상품거래소인 클리어트레이드의 지분 52%를 사들였다. 미국계 상품거래소인 인터컨티넨탈익스체인지(ICE)도 지난해 싱가포르상업거래소(SMX)를 1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도쿄상품거래소(TCX) 역시 싱가포르에 장외(OTC) 스와프 거래 플랫폼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거래소들의 아시아 시장 쟁탈전은 역내 상품·파생거래의 중심지인 싱가포르뿐 아니라 인근 국가로도 파급되고 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의 지수산출 자회사인 FTSE가 지난해 10월부터 중국 채권지수 사업을 시작했다. 도이체뵈르제도 최근 한국·대만·인도 등에서 선물·파생상품 거래사업을 하기 위해 현지 거래소와의 합작 등을 추진해왔다.



글로벌 거래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정체된 선진 자본시장을 벗어나 새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2000년대 들어 세계 경제를 견인해온 아시아 자본시장은 여타 지역을 압도하는 성장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반면 미국·유럽 선물·파생상품 시장은 지난 몇년 새 이어진 저금리 기조로 위험헤징 경향이 약화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추세다. 도이체뵈르제의 경우 거래량 및 수수료 수입 감소가 겹치며 지난해 순매출액은 전년비 1% 줄어든 19억유로를 기록했다. 세전순익 역시 23.8% 급감한 7억3,880만유로에 머물렀다.

도이체뵈르제는 이번 청산소 설립을 통해 아시아 시장을 노린 미국·유럽·일본 거래소 간 주도권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평가된다. SMX 등 여타 거래소보다 규모·역량면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클리어트레이드를 선점했을 뿐만 아니라 선물거래 관련규제를 통과하기 위한 청산소 설립에도 한걸음 앞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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