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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비싼 뇌영양제보다 효과적인 뇌건강 관리법

| 손영민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손영민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지인이 권해준 약들을 수년 전부터 먹고 있는데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매달 수십만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다양한 뇌기능개선제를 먹고 있는 60대 환자가 이렇게 물었다. 외래 진료 때마다 비슷한 질문을 받는 나의 대답은 단순 명료하다. 그 돈으로 운동화를 사서 매일 30분씩 걸은 후 푹 자고 일어나 좋은 음식을 드시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 대다수 환자들은 실망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이것이 현재 의학이 말하는 진실이다.

신경과 외래에서 가장 많이 듣는 약은 ‘콜린알포세레이트’다. 2024년 한 해 처방액만 6000억 원에 달하는데 현재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재평가 종료 직전인데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적용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물론 적응증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그동안의 급여 청구액도 환수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 성분을 약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부작용 위험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2021년 발표 연구에 따르면 50세 이상 1200만 명을 10년간 추적한 결과 콜린알포세레이트 복용자의 뇌졸중 위험이 43% 높았다. 앞서 아세틸엘카르니틴은 2022년 임상재평가에서 뇌혈관질환 효능을 인정받지 못했고 옥시라세탐도 알츠하이머 적응증을 잃었다.



뇌전증 환자의 치매 위험은 극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뇌영양제 처방을 원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가족이 치매를 앓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다들 먹는다고 하니 예방 차원에서 처방을 받고 싶다고 한다. 많은 환자들이 홍삼, 은행잎 추출물, 포스파티딜세린 같은 의약품 혹은 건강식품들에 매달리는 이유는 결국 불안 때문이다.

실제 뇌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환자들에게 운동, 수면, 건강한 식단 세 가지를 강조한다. 해외 유수 저널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들에 따르면 하루 30분씩 이상 걷기를 포함한 경도~중강도 운동을 병행하면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해마를 포함한 뇌용적이 증가하고 뇌신경계의 염증을 줄여 뇌의 회복력이 크게 증가한다. 유럽의 여러 기관들이 25년 이상 추적관찰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하루 7~8시간 수면을 취하는 사람은 6시간 미만 수면자보다 알츠하이머 위험이 30% 낮았다. 이를 설명하는 이론 중 하나로 뇌의 노폐물 제거 시스템인 ‘글림프(glymphatic)’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부적절한 수면 시간이 글림프 시스템의 효율을 떨어뜨려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가설이다. 식물성 식품과 건강한 지방, 적당한 동물성 단백질과 저염식으로 조화롭게 구성된 지중해식 식단을 통해 뇌의 노화를 늦추고 기억력과 인지능력이 향상될 수 있음을 입증한 연구는 수없이 많다. 다채로운 색의 과일과 채소는 폴리페놀·플라보노이드와 같은 강력한 항산화 물질을 만들어 뇌세포가 손상되는 것을 막아준다. 올리브 오일, 견과류, 등푸른생선에 들어있는 풍부한 단일불포화지방산과 오메가-3 지방산은 체내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해 뇌 혈류를 개선한다. 풍부한 섬유질과 비타민 B군은 건강한 장내 미생물 환경을 만들어 ‘장-뇌 축(Gut-Brain Axis)’을 통해 정서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모든 보조제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뇌건강의 비밀은 특별한 약이 아닌 평범한 일상에 있다. 기적 같은 변화는 우리의 생활 속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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