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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동 한국외대 교수 "세계 문화 흡수 열쇠는 올바른 번역"

출판연구소 '2011 학술상 대상' 김욱동 한국외대 교수


"일본은 메이지유신 때부터 전문번역가를 양성해 서양문물을 비교적 정확하게 받아들였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전문번역가의 위치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아 번역서의 오역이 심각합니다. 오역은 정보의 왜곡을 초래하지요." '번역과 한국의 근대' '번역의 미로' 두 권의 책으로 한국출판연구소가 선정한 2011년 학술상 대상을 수상한 김욱동(63ㆍ사진) 한국외국어대 통번역학과 교수는 정확한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메이지유신 당시 일본은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국가가 중심이 돼 주요 서적의 번역을 주도했습니다. 국가 이념을 기준으로 번역할 책을 골랐다는 얘기죠. 반면 조선은 일본어로 번역된 책을 통해 서양을 간접적으로 알게 됐죠. 일본의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받아들인 꼴입니다." 김 교수는 "글로벌화 시대에 세계 문화의 다양성을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열쇠는 번역에 있다"며 "우리 힘으로 근대화를 이룩하지 못한 슬픈 자화상을 다시 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문적인 번역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해에 출간되는 신간 4종 중 1종 이상이 번역서(30%)로 국내 출판계가 잘 돌아가고 있는데 굳이 번역가 양성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국외대ㆍ이화여대 등의 통역대학원이 통번역대학원으로 바뀐 것이 2001년 즈음으로 국내의 전문번역가 양성은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통역은 말을 내뱉는 순간 사라지는 휘발성이 강하지만 번역은 영구적인 텍스트로 남기 때문에 오역은 정보의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고 답했다. 전문번역가가 갖춰야 할 능력을 묻자 그는 대뜸 한국어 실력을 먼저 꼽았다. "외국어 실력도 중요하지만 우리말 실력이 부족하면 우리말 고유의 어법이 외국어에 오염되고 오역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어로 의사소통에 능숙하다는 것과 텍스트 이해능력은 분명 다르다. 작가의 사상과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깊은 지식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가 지적하는 우리말의 오염 사례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좋은 아침. 회의를 가졌다. 나는 그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등 익숙해져버린 표현이지만 모두 외국어에 오염된 우리 말이라는 것. 김 교수는 "'좋은 아침'등 이런 표현은 우리말에 없다. 오역된 책을 독자들이 읽으면 자칫 오염된 우리말이 고착화돼 고치기 어려워진다"며 "우리말이 외국어에 오염된다는 것은 결국 정신이 오염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가 우리말 실력을 강조하는 데는 지난 20여년간 영문학자이면서 전문번역가ㆍ한국문학비평가로서 활약했던 그의 이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영문학자인 김 교수는 영문학 관련 학술서 외에 '이문열'연구서, '탈춤의 미학''광장을 읽는 일곱 가지 방법' 등 한국 문화를 비교문학적인 차원에서 연구해왔다. 번역한 책도 50권이 넘는다. 그는 "외국 문학의 시각에서 우리 문학을 접근할 수 있어 바라보는 시야가 훨씬 넓다"며 "중국의 시인 소동파(蘇東坡)가 '일찍이 여산(廬山)에 들어앉아 있으니 여산의 참모습을 볼 수 없다'고 한탄했듯이 한국문학이라는 산 속에서 보면 한국문학을 넓게 바라보기 어렵다"고 자부했다. 뉴욕주립대 대학원에서 영문과를 전공하고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를 역임한 그는 '인문학의 종착역은 결국 번역'이라는 평소의 뜻을 펼치기 위해 정년퇴직을 10여년 앞둔 2005년 서강대에서 명예퇴직하고 한국외대 통번역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오역 없는 번역서로 외국어에 능통하지 않고도 세계의 다양한 지식을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되새김질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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