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삼성 창조경영 도약대 서다] <1> 대격변을 준비한다

"신수종 사업 찾아라" 새판짜기 속도낸다<br>D램값 폭락 여파 2005년이후 성장정체 빠져 위기감<br>李회장 '창조경영' 설파하며 새 경영 패러다임 주문<br>대대적 조직개편·사업구조 재편등 체질강화 나설듯



“정신차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5~6년 후에 아주 혼란스러운 상황이 올 것입니다.” 지난 3월9일 백범기념관. ‘2007 투명사회협약 보고대회’가 끝난 뒤 건물 밖으로 나서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나지막하지만 강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올 초 ‘샌드위치론’을 화두로 던진 이 회장이 또다시 다급한 위기감을 담은 현실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총수의 예사롭지 않은 메시지가 전해진 직후 삼성그룹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학수 전략기획실 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들의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도 5~6년 뒤를 준비하는 중장기 전략을 재점검해 보고하느라 숨가쁜 나날을 보냈다. 이로부터 세 달이 흐른 6월.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은 전계열사에 한 건의 문서를 내려보냈다. ‘경쟁력강화방안’이었다. ‘미래 먹을거리’를 확보하는 신수종사업 강화를 필두로 ▦투자의 선택과 집중 ▦글로벌 소싱체제 확립 ▦낭비 요소 제거라는 구체적인 명령이 떨어졌다. 재계 1위 삼성이 요동치고 있다. 1993년 ‘신경영 선언’ 직후를 방불케 하는 변화의 태풍이 몰아치기 시작한 양상이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 알려진 삼성그룹의 변화는 예고편”이라며 “삼성그룹의 대격변은 이제부터”라고 잘라 말했다. 재계가 깜짝 놀랄 만한 삼성그룹의 새판짜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부서통폐합ㆍ인원합리화를 시작으로 7월에는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이 메모리사업부장을 그만두는 등 전격적인 최고경영자(CEO)급 인사도 단행됐다. 8월 말에는 정보통신총괄 조직개편 등 대대적인 수술이 가해지는 강도 높은 체질강화 작업이 벌어졌다. 이달 들어서는 삼성석유화학의 BP지분을 삼성물산이 매입하는 등 유화 부문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도 마쳤다. 이 와중에 이 회장 일가인 이우희 에스원 사장이 이례적으로 중도하차하기까지 했다. 연말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유례없는 대대적인 인사태풍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2005년 이후 성장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10여년 동안 D램 특수로 대변되는 반도체 대호황을 만끽하며 재계 1위의 여유를 즐겨왔다. 하지만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이익률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한때 영업이익률이 무려 50%를 넘었던 반도체 부문은 D램 가격 폭락과 일본ㆍ대만 등 후발업체들의 맹추격으로 블루오션이 아닌 레드오션으로 전락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직 삼성의 미래 먹을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성은 3년 전부터 차세대 이통통신 등 ‘8대 성장 엔진’ 키우기에 나서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국내 1위의 금융 부문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물 안 개구리’ 신세다. 조선업종인 중공업, 해외건설로 명성이 높은 삼성건설 등을 빼면 글로벌 수준도 높지 않다. 삼성그룹 총이익에서 전자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5년 77%에서 올 상반기 57%까지 낮아졌지만 큰 틀에서 보면 D램 시황에 의존하는 삼성의 천수답 사업구조는 변함없다. 그 만큼 사업 포트폴리오가 취약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반도체사업처럼 삼성의 새 블루오션이 과연 있느냐”며 “5년, 10년 뒤에도 삼성이 지금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이 신경영 2기의 경영철학으로 ‘창조경영’을 설파한 것은 이 같은 위기의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글로벌 삼성’의 벤치마킹 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크게 작용했다. 1993년에 시작했던 삼성 신경영의 핵심이 당대 1위 기업을 뛰어넘기 위한 질적 변화에 있었다면 현재의 삼성 입장에서는 극복 대상이 사실상 많지 않다. 스스로가 새로운 기업역사를 만들어가는 동시에 신수종 사업을 발굴해 누구도 가보지 못한 블루오션을 창조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듯 삼성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과 삼성의 자체 역량이 14년 전과는 판이하다”며 “현재 상황에 맞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삼성그룹의 새판짜기는 앞으로 매우 속도감 있게 전개될 전망이다.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기 위한 대형 인수합병(M&A)도 불사하는 동시에 전자ㆍ금융ㆍ서비스ㆍ화학 등 사업구조를 과감히 재편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