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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자동차산업] (중) 정부 지원도 타이밍 중요하다

시장은 급한데 머뭇거리기만… "결단 서둘러야"<br>내수·수출 동반 추락…시기 놓치면 국가 기간산업 휘청<br>폐차 인센티브·대출 보증·유류세 조정등 다양한 지원을



"미국의 '빅3'와는 다른 상황이지만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타이밍을 놓치면 국가기간산업이 휘청거릴 수 있다."(국내 자동차 업체의 한 임원) 글로벌 불황으로 거의 대부분의 업종이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상황에서 왜 자동차산업 지원문제가 뉴스의 초점이 되는 것일까. '제조업의 꽃'이라 불리는 자동차산업의 거대한 전후방 연관효과 때문이다. 미국 등 세계 각국은 자동차산업의 붕괴로 인한 경제 전반의 생산ㆍ고용ㆍ소비위축 등의 영향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 정부도 보다 신속하게 자동차산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의 내수와 수출 동시 감소가 몇 개월째 이어져오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만 뒷짐을 지고 방관한다면 국가 중추산업인 자동차산업이 국제경쟁력을 잃고 국민경제도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효과적으로 신속하게"=지난해 말 정부는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개별소비세 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차일피일 결정을 미뤄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가 지연되는 등 역효과를 초래했다. 또 경유차에 대한 환경부담금 폐지 등도 거론됐지만 결국 무산돼 소비자들의 소비의욕만 되레 감소시켰다. 개별소비세 인하효과도 제한적이었다. 지난 1월 내수 판매는 7만3,874대에 그쳐 전월 대비 15.4%, 전년 동월 대비 24.1% 감소했다. 업체들의 파격적인 가격 할인에다 개별소비세 인하라는 호재가 나타났지만 수요를 끌어들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 같은 판매부진 속에 법정관리가 시작된 쌍용차에 이어 GM대우마저 정부에서 자금 지원을 거절 당한 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손을 벌렸다. 이들은 가용자금이 바닥이 나 위태로운 상태다. 이에 따라 정부의 직ㆍ간접적인 자금 지원과 더불어 내수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금은 내수시장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일 때"라며 "시장이 다급한 만큼 일단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지원책이라면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동차 업체의 부도는 부품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과 철강 등 소재산업, 금융 등의 서비스산업 등 전후방 연관산업에 극심한 타격을 입힌다. 자동차공업협회 측은 "자동차산업은 고용 측면에서 약 160만3,000명, 국내 총산업의 10.4%에 달해 세수 측면에서도 총 세수 199조원의 15.5%에 달한다"며 "자동차산업의 붕괴는 소비 위축과 투자 부진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경제위기 탈출을 요원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폐차 인센티브' 등 다양한 지원을=지난해 12월 독일정부는 9년 이상 된 중고차를 폐차한 후 '유로-4' 이상의 기준을 만족하는 신차 구매시 2,500유로(440만원)의 보조금을 주는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한달 만에 약 4만대가 폐차를 신청했다. 그만큼 새 차가 팔린 셈이다. 독일 정부는 이에 따라 최소한 20만대 이상의 판매량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폐차 인센티브'는 자동차 회사가 아닌 소비자에게 자금이 지급돼 차 판매를 활성화시키는 수단이자 경기부양책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구형 차량의 폐기를 유도하면서 차량 판매를 늘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라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소비자들이 차를 사지 않는 이유는 차 값이 비싸서가 아니다. 소비자들의 여의치 않은 주머니 사정 때문이다. 따라서 10년 이상 된 노후차량 교체에 대한 지원 등 소비자에 대한 직접적인 장려금 지급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열린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업계 간담회에서 박홍재 자동차산업연구소장은 "노후차량을 폐차하고 새 차를 구입할 경우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년 이상 된 승용차는 333만대로 승용차의 26.7%를 차지하고 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내수를 105만대로 가정할 경우 승용차의 5%만 교체돼도 연간 내수를 15.9% 진작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 대출을 정부가 보증해주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신용경색은 자동차와 같이 신용을 통해 구입하는 내구재에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유지수 국민대 교수는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돈을 아무리 풀어도 은행권에서 개인이나 기업으로 대출이 안 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개인의 대출을 보증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자영업자 등을 위한 유류세 조정도 대안으로 꼽힌다. 유 교수는 "정부의 당초 방침대로 경유는 휘발유의 85%, LPG는 50%의 비율이 유지되도록 유류세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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