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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에 짐되면 안돼"… 재기 노리는 그룹 위해 서둘러 진화

■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두산중공업 회장직 사퇴

'막말 파문' 비난 일자 개인문제로 선 그어

박지원체제 힘실릴듯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의 비리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3월27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를 압수수색한 후 관련 물품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두산중공업 회장이 21일 최근 중앙대와 관련한 사태에 책임지고 이사장과 회장 등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밝힌 것은 이번 문제를 본인 선에서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른바 '땅콩 회항 파문'으로 그룹 전체에 파격을 입은 대한항공 사태는 반면교사가 됐다.

막말 파문이 자칫 최근 오랜 부진을 털고 재기를 노리는 두산그룹 경영 전체로 비화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일단 두산중공업의 경영은 박 회장이 물러나더라도 실질적인 경영을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아들 박지원(50) 부회장과 전문경영인 정지택 부회장이 맡고 있는 만큼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박두병 두산 초대회장의 아들들이 돌아가며 그룹 경영을 맡는 형제경영이 정착된 가운데 두산중공업의 경우 박용성 회장이 직책을 내려놓으면서 그의 조카인 박지원 부회장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개인 문제 그룹으로 비화 차단=이날 박용성 회장이 모든 자리에서 전격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예정된 수순으로 풀이된다.



중앙대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중앙대를 넘어 박용성 회장, 두산그룹으로 향하는 가운데 그 연결고리를 박용성 회장 본인에서 끊음으로써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두산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밥캣 등이 올해부터 수주 회복과 실적 개선세를 보이며 유턴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또 박용만 회장 체제에서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오랜 부진을 털고 재기하려는 시점에 중앙대 건이 터지며 자칫 그룹에도 부담을 줄 상황에 처하자 박용성 회장이 결단을 한 것으로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박용성 회장이 지난달 24일 20여명의 보직교수에게 e메일을 보내 "인사권을 가진 내가 법인을 시켜 모든 걸 처리한다"며 구조개편에 반대하는 교수들에게 "그들이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고 쓴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을 산 점도 사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박지원 부회장 체제 공고 해질 듯= 박용성 회장이 당장 두산중공업 회장에서 물러나지만 기업 경영에 차질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박지원·정지택 부회장의 경영 체제가 공고하고 박용성 회장은 넷째 아들인 박용현 회장과 함께 미등기임원으로 상근 회장 직책을 맡고 있을 뿐 실제 경영에는 거의 관여를 하지 않았다는 게 두산중공업의 설명이다. 박용현 회장의 경우 현재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으로 사회공헌 활동에만 국한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박용성 회장은 중앙대 인수 이후 사실상 중앙대 이사장 역할에 주력해왔다"며 "이번 회장직 사퇴가 경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형제들이 돌아가며 그룹 총수를 맡고 있다. 박용성 회장도 앞서 2005~2009년 회장직을 수행했으며 이후 박용현 회장에 이어 현 박용만 회장이 지휘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가 형제들의 첫째인 박용곤 회장의 아들 박지원 부회장이 경영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데 삼촌(박용성 회장)이 자리를 떠나며 박지원 부회장에게 더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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