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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정보화가 무보수 소비노동 강요

정보화와 첨단 전자기기들의 등장으로 생활이 편리해 진 것처럼 보이지만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예전 아버지 세대들이 ?u치나 망치 하나로 간단히 고칠수 있는 것들이 지금은 거의 사라져 버려 따로 돈을 들여 고칠 때까지 상당기간 불편을 감수 해야 한다. 이제 TV나 세탁기, 냉장고, PC 등 복잡하고 민감한 구조의 가전 제품들을고치겠다고 덤비는 아버지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남성들이 첨단 전자제품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많은 여성들은 자동세탁기나 전자 레인지, 전기밥솥 등을 쓰면서도 이런 ‘문명의 이기’를 누리지 못하던 자신의 어 머니, 할머니 세대보다 왜 더 오랫동안 가사노동에 매달려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전지구적 차원의 정보화 시대의 도래에 따라 인간이 기계나 물질을 상대로 느끼는 스트레스나 이를 유지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번에 나온 어슐러 휴즈의 ‘싸이버타리아트(the Making of A Cybertariat)’는 정보사회의 출현이 제레미 리프킨이 예견했던 것처럼 ‘노동의 종 말’을 가져 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동의 확대와 강화를 가져 온다고주장한다. 영국 출신의 페미니스트 정치경제학자인 저자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로 일했던 자신의 경험과 자세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노동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변용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가사노동의 사회화가 현대의 신자유주의적 노동착취의 비밀임을 아울러 밝힌다. ‘싸이버타리아트’를 ‘싸이버 시대의 새로운 유형의 프롤레타리아트’로 규정하는 그는 정보기술의 발달로 생산과정에서 전반적으로 인간의 노동이 배제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다른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본다. 즉, ▦남성 노동자들의 대량 실업에 비례한 여성들을 위한 새로운 저임금 의 일자리 창출 ▦정보화를 통한 가사노동의 상품화 ▦대중들에 대한광범한 무보수 소비노동의 강요 등이 그것이다. 그는 특히 세계화와 정보화의 이면에 시장에 포섭되지 않았던 가사노동이상품화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항상 값싼 노동력을 찾는 자본 은 새로운 상품 제조나 새로운 서비스 제공을 위해 창출된 새 일자리를 여 성들이 채우도록 한다. 여성 해방 또는 가사노동의 사회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상품화는 신 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대량의 실업자를 양산하면서도 그것으로 인해 무너 지지 않고 끊임없이 상품생산을 통해 새 시장을 창출할 수 있게 하는 추진 력이다. 이 대목에서 휴즈는 맹목적인 여성해방운동이 새로운 축적양식을찾는 자본의 논리에 봉사할 수 있음을 경계한다. 휴즈는 또 오늘날 재택근무 등으로 가정과 일터의 구분이 사라져 버리고 각 매장에서 셀프 서비스가 광범위하게 도입되며, 상품생산노동과 서비스노동, 무보수 가사노동과 소비노동이 일체가 되고 있는 현상 역시 정보 기 술과 같은 신기술의 등장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그는 이제 자본의 지배 영역은 과거 공장에서 가정으로까지 확장됐으며, 인간의 삶 전체에 온전히 투영되게 됐다고 지적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전통 남성 생산직 노동자에 대비되는 사무직 노동자, 정보 노동자, 여성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비숙련 노동자 등으로 살아가는 다수의 ‘싸이버타리아트’가 양산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책이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정보화 시대의 도래가 (남성 노동의 여성 노동으로의 대체를 통해) 즉각적인 대량실업을 가져 오지는 않으며, 인 간의 수고를 덜어주는 기기들이 대량생산되어도 (무보수 가사노동의 증가로) 무제한적인 여가시간을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신기술의 도입으로 생산의 자동화에 의해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이것이 자본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란 기존의 좌파적 주장이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을 보완해 주는 장점이 있다. 또 미래에는 지식정보화가 인간을 노동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할 것이란 자 유주의적 낙관론이 가진 허구성 역시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 아울러 기존의 여성운동가들이 취해 온 ‘가사노동의 사회화’에 대한 요구가 자칫자본의 새로운 축적운동에 종속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휴즈는 말한다. “가사노동의 사회화 자체가 여성을 해방시키지 않는다는것은 명백하다. 생산수단의 사회화가 곧 노동의 해방이 아님을 깨달은 노동자들이 노동에 대한 통제권을 요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도 억압적이고 소외를 유발하는 가사노동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가사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든 소비수단과 서비스에 대한 통제권한을 강화할수 있어야 한다”고.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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