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작가는 지난 8월 열린 YE24 문학캠프에서 “한국 문학은 위기가 아닌 중흥기”라고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출판 시장을 들여다보면 한국 소설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에 김훈의 ‘남한산성’이 장기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가 물러나더니 황석영의 ‘바리데기’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여기에 신경숙의 ‘리진’, 정이현의 ‘오늘의 거짓말’ 등이 장기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머물며 한국 소설의 위상을 과시했다. 하반기에도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는 상황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속속 소설을 낼 예정이기 때문. 공지영은 자전적 소설 ‘즐거운 나의 집’을 곧 출간하고, 박완서도 조만간 신작 소설을 들고 독자를 찾아올 예정이다. 9월 2주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보면 이들 작품이 나오기도 전에 한국 소설의 흥행 질주를 이어갈 소설이 특히 눈에 두드러진다. 현재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7위에 올라있는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은 발간 4주만에 10만 부가 판매됐다. 이정명 작가는 지난해 7월 한글 창제를 둘러싼 궁중 살인 사건을 다룬 소설 ‘뿌리깊은 나무’로 주목을 받았지만 ‘대박’을 터뜨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 그의 신작은 출발부터 범상치 않다.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판매량도 놀랍지만 책을 읽은 독자들의 평가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 이유는 색다른 소재를 찾아서 최근 유행하는 기법에 따라 소설을 썼기 때문. 책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 화가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이 정조의 명(命)을 받고 궁중 화원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술가들이 살인 사건을 추적한다는 내용이 다소 엉뚱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는 저속하지 않고 치밀하게 이 소재들을 연결시켰다. ‘빨래터’, ‘미인도’ 등 단원과 혜원의 대표작의 예술적 특징을 집어내는 심미안(審美眼)도 놀랍지만 이들 작품 내용을 소설 속 사건의 배경으로 담아낸 창작력은 감탄사가 나올 정도이다. 소설 ‘다 빈치 코드’처럼 수수께끼와 박진감 넘치는 추리형식으로 진행되는 전개기법이 특히 흥미를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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