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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덫에 걸린 금융산업] 신뢰·성장·건전성 악화 3중 트랩… 지배구조 등 블루프린트 새로 짜야

<하> 발전방향 원점서 다시 설계를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의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은행들은 선방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신용등급을 'A'로 한 단계 올리는 등 긍정일색이었다. 흥에 취한 것도 잠시. 피치는 최근 국내 은행들의 "평판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 의혹'이 불거진 직후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자산성장의 정체가 뚜렷하고 이익도 줄어드는데다 건전성의 흐름도 나쁘다. 신뢰의 위기에 성장의 정체, 자산건전성의 악화 등 은행산업이 3중 트랩에 걸려 있는 모습이 확연하다. 금융산업 전반의 '블루 프린트'를 다시 그려야 하는 시점이 됐다.

◇신뢰상실ㆍ성장정체ㆍ건전성답보…3중 트랩에 걸린 은행=신뢰 위기는 금융에 치명적이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부원장은 "대외신인도가 떨어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한국물 거래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도 "원인과 결과가 어떻든 간에 한번 추락한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 4대 금융지주의 2ㆍ4분기 당기순이익은 1ㆍ4분기(3조4,000억원)의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할 가능성도 높다. 1ㆍ4분기의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포인트 떨어진 1.72%에 불과했고 하반기는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기에 성장의 타개책으로 삼고 있는 해외진출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지만 아직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친다. 글로벌 진출을 담당하는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해외 진출한 국내 금융기관의 점포 수는 150개인데 이들이 1년에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총액은 7,000억원에도 미치지 않는다"면서 "또 다른 성장의 축이 되기에는 아직도 한참 모자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블루프린트 다시 그릴 때=전문가들은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새로운 금융산업의 전략을 짰던 것처럼 환란 1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새로운 청사진을 그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CD금리 담합의혹 등은 되레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칙이 없다 보니 금융의 신뢰가 깨지고 외국인 투자가들도 불만을 갖게 된다"며 "금융산업의 전반적인 틀을 다시 한 번 손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금융지배구조 보완방안, 최고경영자(CEO)의 책임경영 확대 등 모든 것이 담긴 종합적인 금융산업발전방안이 만들어 금융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게 요지다. 실적지상주의나 리스크 관리에만 지나치게 치중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성장과 리스크 관리에만 치중하다 보니 금융권이 신뢰 문제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우리금융 민영화가 또다시 좌초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금융산업을 어떻게 재편하고 성장시킬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덩치가 가장 큰 국민은행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계 60~70위권을 맴돌고 있는데 이런 흐름을 바꿀 큰 밑그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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