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련 법과 제도 등이 노동계 편향으로 흐르면 기업인들도 ‘스트라이크(파업)’를 할 수 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가급적 자제해 왔던 이수영(사진)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작심한 듯 강도높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 회장은 9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재와 같은 노사문화에서 비정규직 법안 등 논의중인 노동관련 법과 제도가 노동계 편향으로 갈 경우 기업들이 스트라이크(파업)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기업인들의 파업은 조용히 사업을 접고 중국과 인도, 방글라데시 등 해외로 떠나거나, 투자를 하고 싶어도 안 하는 등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며 “이런 문제로 인해 실업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 등이 기업들의 이러한 ‘말 없는 스트라이크’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수영 회장은 노동계에 대해서도 “노동조합이 근로자의 경제적 이득이 아니라 정치적ㆍ이념적 운동을 위한 ‘정치조합’이 돼 가고 있다”며 “국민들은 이런 상황을 매우 혼란스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언급은 올 지방선거와 내년 대선 등을 앞두고 정치권 등이 ‘표’를 의식해 노동계의 입장을 대폭 수용할 경우 기업경영은 물론 국가경제적으로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전에 이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정부의 양극화 해소방안과 관련해서도 “세금을 더 거둬 당장 실업자 문제와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으면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문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훈련 등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명확한 목적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재계는 노동시장의 유연성만 충분히 확보된다면 비정규직 차별의 시정 등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이밖에 이상수 노동부장관 내정자의 취임을 앞두고 “현 노동부의 방향이나 정책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법과 질서를 우선적으로 유지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은 삼성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사재출연에 대해 “과거를 한번 털면서 단절하고 가자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며 “삼성이 국민과 사회로부터 사랑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한번 더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끝없이 문제를 제기하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삼성 오너들이 큰 각오를 한 만큼 긍정적으로 이를 포용해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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