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측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 근로자와 합의(동의)를 하지 못해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정부의 가이드라인 초안이 제시됐다. 사실상 민간기업에서도 임금피크제 도입이 본격 확대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노동계가 이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어 노정갈등이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지원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취업규칙 변경의 합리적 기준과 절차' 지침(발제문)을 공개했다. 정부는 28일 열리는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지난 2009년 내놓은 '취업규칙 해석운용지침'에 임금체계 개편 내용을 보완해 발표할 예정이다.
임금피크제 적용을 위한 걸림돌은 '불이익 변경'과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이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은 근로자에게 불이익이라고 간주해 노조가 반대하면 도입하기 어렵다. 다만 취업규칙 변경을 노조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사회 통념에 비춰 합리성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정부의 안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정년 60세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한 불이익 변경 여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기업의 원활한 운영과 청년고용기회 확대 등을 위해 이뤄진 취업규칙 변경이라면 근로자도 정년연장으로 사실상 이익을 얻게 되는 만큼 사회통념상 합리성에 따라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과거 판례에 비춰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 정도 △사용자 측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 여부 △상당성(단계적 임금 감액으로 불이익 최소화) △노조와의 충분한 협의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먼저 사용자가 임금체계를 합리적이고 적정하게 설계하고 노조나 근로자의 동의를 받기 위해 상당한 수준의 협의 노력을 했지만 근로자나 노동조합에서 대안 제시 없이 논의를 거부하는 등 동의권한을 남용한 경우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기존 정년 시점 이후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감액이 보편적 수준이라면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 정도도 크지 않다고 해석했다. 합리적 수준의 금액을 일정시점부터 단계적으로 감액해 임금 감소로 근로자가 받는 생활상의 불이익을 최소화한 경우 '상당성'을 충족한다고 분석했다.
고용부는 특히 직무 전환과 직무성과급 도입 등의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서도 사용자가 강행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업무 전환의 경우 단순히 임금삭감 목적으로 새로운 직군·직무를 신설해 일률적으로 배치전환한 게 아니라면 불이익변경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는 것이다. 성과중심의 임금체계 도입도 사용자의 경영 판단에 관한 사항이자 인력운용의 효율성 및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자체로는 불이익 변경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단 임금체계를 변경할 때 산정방식을 바꿔 임금을 획일적으로 낮추는 등 기존 근로조건의 저하할 경우에는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초안은 해석이 엇갈릴 수 있는 규정이 적지 않아 향후 갈등 소지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특히 노동계는 이 같은 정부계획에 반발, 공청회에 불참하는 것은 물론 현장 피켓시위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으로 맞선다는 계획이어서 앞으로 노정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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