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 하락은 최근 달러 강세에 영향을 받은데다 지난주 말 일본은행(BOJ)이 자산매입을 통해 본원통화를 현행 60조~70조엔 수준에서 80조엔까지 늘리겠다는 추가 조치 발표 후 가속도가 붙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1,085원까지 갔던 원·엔 환율은 올 들어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7일 이후 12거래일 만에 50원 이상 하락하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당국에 시장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원·엔 환율하락을 진정시킬 만한 개입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원·엔 환율이 미국 달러화를 기준으로 하는 재정환율이기 때문에 직접 개입할 방도가 없는 셈이다. 결국 원·달러 환율 등 전반적인 원화가치를 평가 절하해야 하는데 이 또한 경상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에 이르는데다 올해 사상 최대 흑자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니 무역 상대국의 보복조치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조치다.
최근의 엔저는 우리 기업에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경영환경이 되고 있다. 물론 단기적 환율변동을 피하기 위해 결제통화 다변화, 생산기지 이전 등 다양한 조치가 강구돼야 한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특히 과거 일본 기업이 품질과 기술경쟁력을 제고해 플라자합의 이후의 급격한 엔고(高)를 극복해냈음을 기억해야 한다. 급속도로 뒤쫓아오는 중국 산업 때문에 한국 경제는 더 이상 물러날 여지가 없다.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일본 엔화와의 정면승부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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